복지차원의 준비가 거의 없는 고령화 사회에서 사람들은 당연히 노후에 대한 깊은 불안감을 갖게 된다. 지금의 한국사회가 바로 그렇다.
무소유와 두타행을 최고의 수행 덕목으로 삼는 스님들의 경우 노후의 경제 문제 때문에라도 더욱 심각한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한 조사에서 노후 문제를 걱정하는 스님이 69.4%에 이르렀는데 이는 같은 시기 일반인들의 45%보다 높은 수치다.
사찰 주지직 등 종단 내 한계성을 지닌 소임을 갖지 못한 대부분 스님들이 어떻게 상좌를 둘 수 있으며 무슨 경제적 여유로 노후를 위한 저축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종단 차원에서 이들의 노후를 보장해 주지도 않는다.
이미 출가해 그동안 깊은 인연을 맺어두지 못했던 속가에서 그들을 반길 리도 없다. 갈 곳 없는 노스님들 가운데 일반 양로원을 찾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보면 스님들의 노후복지는 실로 화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조계종 총무원장 직속의 사회복지재단이 이미 설립돼 있고 국고보조로 교구본사 중심의 노인 요양시설을 위한 준비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해인사 자비원 등 몇 곳 복지시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노인복지차원에서 아직은 걸음마 단계며 스님, 특히 승가의 성차별로 더 대책이 없는 비구니 스님들을 위한 배려는 전무한 상태다.
동국대 행정대학원 김미영씨가 최근 발표한 ‘조계종 비구니 승려의 노인 복지에 관한 연구’를 보면 ‘노후에 편히 쉬면서 열반에 들 때까지 조용히 정진 할 수 있는 소박한 공간이면 족하다’는 것이 이들 비구니스님들의 바람이다. 그야말로 무소유를 실천하는 스님들의 소박한 바람이 아니겠는가. 세속의 실버시설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도 가능할 것이다.
승보란 정신적 차원의 진정한 권위로 유지된다. 갈 곳 없는 노스님들의 방황은 그런 정신적 차원의 진정한 권위를 훼손시켜 교단자체의 권위마저 흔들게 할 것이다.
스님들의 불안 없는 노후보장이야말로 승보의 정신적 권위를 지켜줄 수 있다. 이 문제야말로 종단이 앞장서야 한다. 종단차원의 적극적 관심과 대책을 기다린다.
김징자(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