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미가 할키고 간 수해지역의 공공시설물 복구율이 86.7%정도라고 한다. 금년 여름 우리나라에는 30일정도의 장마가 이어지고 예상강수량은 연평균 장마철 강수량 151~376mm보다 다소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세력이 급속히 동아시아 지역으로 이동 함에 따라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사이에 각각 두세차례의 집중호우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장마철만 되면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보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막지못한 인재(人災)였다고 말하곤 한다. 인재는 왜 생기는가 라고 질문하면 답은 복잡해진다. 지방행정관서는 지방행정관서 차원에서 할 말이 있고, 중앙부서는 중앙부서 나름대로의 변명이 있다. 예를 들면, 예산부족, 토지소유자와의 보상지연, 설계변경, 현지조사의 지연, 관련 공무원의 과다한 업무로 인한 현장조사 늑장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재해관리를 하기 위한 대처방안으로 어떤 것이 있는가.
첫째, 재난 관리를 위한 총체적 관리 시스템이 동원되어야 한다. 몇 년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다. 도로가 균열되고, 다리가 파괴되었으며, 도시가 그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 때 캘리포니아 주지사, LA시장, 시민단체, 건설업자가 모여 복구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소요되는가를 알아보니 32주 였다고 한다. 주정부와 LA시에서 32주를 기준으로 정해놓고 빨리 재해 지역을 복구하는 회사에 하루 1만달러씩 보상금을 주겠다고 했더니 16주만에 완공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그들은 이를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이라고 부른다. 장마철의 재해관리를 위해서 우리는 얼마전에 발촉된 소방방재청을 비롯하여 시?도 관계 당국의 긴밀한 총체적 관리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주민의 책임의식이 고양되어야 한다. 재해의 문제는 한 두 사람의 재산과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재앙을 가져온다. 따라서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제방, 하천, 댐, 도로의 예상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사전에 주민스스로 예비 모임, 예산청구, 도상훈련 등을 실시해야 한다. 재난이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갑자기 일어났을 때 생기는 일도 있지만 예상가능한 일도 있음을 대처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재난관리 재량권과 함께 지자체 공무원에게 재난관리 실명제를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 네덜란드에서 둑이 무너질때 어느 소년이 팔뚝으로 구멍을 막아서 재난을 피할 수 있었고 그 소년의 이름은 교과서에도 실릴 수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넷째는 원스톱 서비스(One-stop service)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하천, 도로, 주민대피, 복구 등에 있어 관련 부처 공무원이 함께 모여서 하나의 사안을 가지고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재해관리 제도개선 추진계획」에 따라 사전재해영향성 검토협의제를 도입하는 등 28개 제도 개선과제를 만들었지만 아직도 시행상의 문제점이 많이 노정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관련기관이나 해당공무원이 혼합관조(混合觀照)모형에 의해 망원렌즈에 의한 관찰과 정밀렌즈에 의한 관찰방법을 동원하여 장기적 안목에 따른 과학적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재해문제를 다루는 업무에 대하여 무리한 비유인지 모르지만 왼쪽다리를 잘라야 하는 환자에게 오른쪽 다리를 잘라놓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오리발 내미는 철면피같은 공무원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행정이란 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해야 하고, 재해방재도 물이 막히지 않게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황진수(한성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