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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세상보기> 인간, 쓰레기를 먹다
‘쓰레기 만두소’ 사건으로 불량식품 문제가 새삼스러운 양 다시 한번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은 이를 계기로 ‘식품범죄의 뿌리를 뽑으라’지시하고 언론이나 여론에서는 물렁한 법을 지적하며 처벌규정을 고치고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일제히 떠든다. 단속기관에서도 불량식품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땅히 나와야할 지시이고 지적이겠으나, 문제 있을 때마다 일과성으로 반복되는 스테레오 적 발언과 반응들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불량식품에 관한한 지금까지 모두 그래왔으니까.

냉동만두 뿐 아니라 불량식품의 경우 농약 또는 수은으로 기른 콩나물, 석회를 넣은 두부, 가죽구두창을 삶아 낸 ‘수구레 설렁탕’에 담배꽁초로 맛을 낸 커피며 부대찌개, 대장균에 무방비한 냉면, 공업용 왁스로 화장시킨 과일류며 역시 유해 공업용 소금으로 담근 젓갈 등 손으로 꼽기도 어려울 만큼 많고 그 수법은 시쳇말로 엽기적이다.

해마다 몇 가지씩 드러나 세상을 한번씩 흥분시켜 온 이런 엽기적 불량식품 역사가 높은 이의 지시와 언론 및 여론의 날카로운 지적으로 사라지지도 않았고 앞으로 사라질 가능성 또한 희박하다. 더욱이 사회 여러 문제들이 엽기를 선택하고 엽기를 노출하고 있는 이 시대가 아닌가.

만두란 음식은 ‘소’의 내용물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을 낸다. 다양한 재료에 손이 많이 가는 음식으로 정성 또한 맛을 좌우 할 것이다.

그런데 전통만두의 식품재료에 ‘무’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만두에 언제부터 ‘무’라는 식품이 주 재료로 등장한 것일까.

즉석식품 냉동식품 등 대량생산 체제가 만두소에 ‘무’를 등장시켰을 것이다.
그러면 왜 냉동만두에 ‘무’를 넣을까. ‘무’가 나쁜 식품도 아니고 ‘무말랭이’의 꼬들꼬들 씹히는 맛도 제법이다. 마치 육류를 씹는 느낌과 같아 한때는 돼지고기 대신 중국산 무말랭이만 넣고 만든 냉동만두도 있었다. 세상을 시끄럽게 한 이유는 중국산 유해 무말랭이를 돼지고기라 속임수를 썼다는 것으로 유해하고 싼 재료를 써서 높은 이윤을 남긴 비양심이 비난 대상이었다. 그것이 진화(進化)한 불량식품이 ‘쓰레기 만두소’일 것이다. 당시의 근절의지가 지속적인 것이었다면 이런 진화된 불량식품이 나올 수 있었을까.

냉동만두라면 소비자들의 육안으로 내용물이 무엇인지 식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선택에는 신뢰감가는 식품회사의 것을 고를 수밖에 없는데 이번 경우 그마저 절망적으로 만들고 있다.

‘고리타분한 이야기’라는 반응을 무릅쓰고라도 문제는 윤리 도덕, 사회적 양심부재에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는 법을 우습게 아는 풍조, 그동안 준법을 솔선수범으로 보여 준 적이 없는 힘 있는 자들의 ‘모범(?)’이 조장해 온 것은 아닐는지.

‘한국음식은 마음으로 먹는다’ 했다. 눈을 즐겁게 하는 일본 음식, 맛을 강조하는 서양식, 속을 편하게 그래서 몸에 좋은 중국식 등으로 분류했을 때 정성을 높이 쳐 주는 한국 음식은 마음으로 먹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천차만별의 맛은 곧 천차만별의 ‘마음’맛일 것인데 이제 천편일률의 맛을 만드는 패스트푸드화, 간편식 시대에 접어들어 소비자들은 불량식품으로 불안해 하고 있다.
사회적 양심부재의 치유는 오래 걸릴 터이니 불편하더라도 천차만별의 ‘마음 식’ 쪽을 택하면서 이번에 ‘불량식품과의 전쟁’을 선포한 당국을 또 한번 믿어 보기로 하자.

김징자-칼럼니스트
2004-06-16 오후 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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