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남자여, 그대는 가족의 부양을 위해 재물을 모으고 경제적으로 처자나 부모권속을 보살피려 한다. 무엇 때문에 가족이라 하는가? 선남자가 집에서 살 때 식구들이 즐거울 때 같이 즐거워하고 괴로워 할 때 같이 괴로워하기 때문이니라.
<잡아함경>
정부의 각종 개발계획 발표로 땅값이 크게 오른 지역에서 ‘효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평소 고향을 자주 찾지 않던 자식들이 땅값이 크게 오르자 고향집을 문턱이 닳도록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부모를 찾아 온 자식들은 돌아가는 길에 중개업소에 들러 개발 현황 및 땅값 추세를 알아본다.
이런 현상은 최근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거론되는 충청권과 LCD공장이 들어서는 경기도 파주시, 판교신도시, 아산신도시 등 개발지역 주변부에 부모를 둔 자식들에게서 최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부모에 대한 효도와 대접이 부모가 가진 부동산과 비례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이런 식이라면 나중에 효도를 받기 위해서는 자식보다 땅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부모가 자식을 양육하고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것에도 세속적인 이익과 계산이 우선한다면 진정한 가족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가족과 행복한 삶의 의미는 이런 것은 아닐 것이다.
부처님의 아들 ‘라훌라’가 열두 살이 되던 어느날 부처님을 찾아와서 “저에게 물려줄 재산을 주십시오”하고 당돌한 요구를 했다. 부처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라훌라의 손목을 이끌고 니그로다 정사로 가서 제자인 사리푸타에게 “이 아이를 출가시켜라”하고 이르셨다. 부처님의 유산은 법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