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만의 무더위로 몸살을 앓았던 여름을 뒤로 하고, 벌써 가을의 문턱인 입추(立秋)를 넘어섰다. 지난 봄부터 지금까지 햇차의 맛에 흠뻑 취했었다면, 이번 가을에는 국산 발효차로 눈을 돌려보자. 국내에서 재배되는 녹차로 만든 다양한 발효차의 세계를 살펴본다.
▷발효차란?
발효차는 발효를 억제한 녹차와 달리 10~80% 정도의 발효를 거쳐 가공한 것이다. 차에는 떫은맛을 내는 폴리페놀(Polyphenoles)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것이 찻잎의 산화효소와 작용함으로써 색과 맛, 향이 변화되는 것을 발효라고 한다. 발효정도에 따라 반발효차(10~65% 발효)와 발효차(85% 이상), 후발효차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반발효차에는 우롱차와 자스민차, 청차, 백차 등이 있고 발효차로는 홍차가, 후발효차로는 보이차가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발효차는 대부분 반발효차에 속한다.
독특한 향기와 다이어트 효과로 차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발효차는 따뜻한 성질을 지니고 있고 녹차의 찬 성질이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특히 좋다.
▷‘지리산 명차원’이 추천하는 발효차
우리나라에서는 발효차를 생산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제다업체별로 한 두 종류의 발효차를 선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그 종류나 수량이 다양하지는 않다. 현재 10여 종류의 발효차를 생산하고 있는 지리산 명차원(대표 전중환)을 찾아 어떤 제품이 있고, 각 제품의 특징은 무엇인지를 들어봤다.
명차원의 가장 대표적인 발효차로는 15~20% 정도 발효시킨 청차계열의 ‘청향녹차’와 40% 정도 발효된 ‘고월명차’, 70% 이상 발효된 ‘금황녹차’를 들 수 있다. 발효정도가 강할수록 맛과 향이 강하다.
‘청향녹차’는 맑은 탕색과 부드러운 맛으로 발효차를 접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몸에 열이 많이 나는 사람이라면 발효가 많이 된 차 보다는 청차 계열이 좋다. ‘고월명차’는 이미 인터넷 카페가 생길 정도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차다. 구수한 맛과 향으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으며, 마신 뒤 열을 내게 해 속이 차가운 사람들에게 좋다. 가장 발효도가 높은 ‘금황녹차’는 탕색이 암갈색이고 달콤한 과일 향이 나는 것이 특징. 위나 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또한 70%이상 발효된 ‘지리산 오룡차’는 몸에 열을 많이 나게 하고, 발효된 녹차를 대나무통에 넣어 찐 ‘청죽차’는 대나무향과 시원한 느낌을 즐길 수 있다. 우리의 전통 떡차를 재현한 ‘흑향떡차’는 다도교육을 위해 구입하는 사람이 많다. 떡차는 잘게 부숴 우려 마시거나 주전자에 넣어 끓여 마실 수 있다.
이 밖에도 유자의 속을 비운 후 발효된 차를 넣어 찐 유자녹차와 월계수 꽃을 넣어 향을 더한 월계수녹차 등도 색다른 맛과 향으로 젊은 차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중환 대표는 “자신의 체질은 무시하고 무조건 녹차만을 마실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발효차를 직접 맛보고 자신의 몸에 맞는 차를 찾아보라”고 권한다.(02)722-1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