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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암고서박물관 조병순 관장은 최근 일본으로부터 입수한 <대화령국장(大和寧國藏)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권 제38>을 8월 6일 공개하며 8·9세기경에 발해 영토 안에서 제작된 <대장경>의 일부분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불경은 길이 8.5m, 세로 28.6cm의 크기로, 황마지에 먹으로 쓴 것(寫經本)이다.
이 불경을 8·9세기의 것으로 추정하는 근거는 △천자문 순서로 대장경의 일련번호를 부여하는 당대(唐代) 대장경의 함차(函次) 편성방식을 따르고 있는 점 △8세기 경 신라의 사경 글자체와 흡사한 글자가 많다는 점 등이다.
이 불경 앞머리에 적힌 ‘육(育)’이라는 함차 번호는 <대장경>의 일부분임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 천자문 순서를 따른 함차 번호는 당나라의 <개원석교록>(730년)의 체제와 동일하다. 이후 고려와 송의 대장경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이 불경의 품격 또한 대장경일 가능성을 한층 더해준다. 문화재연구소 예능민속연구실 박상국 실장은 “단순전사본이라고 보기에는 서체나 지질 등의 품격이 뛰어나 대장경의 일부로 보는 편이 옳다”고 말했다.
또 이 불경을 발해(698~926)의 것으로 보는 까닭은 소장처 겸 제작자 의미로 적은 ‘대화령국’의 ‘화령’이 발해 남경에 해당하는 함흥지방의 옛 명칭이고, 8·9세기에 이 지방을 지배한 나라가 발해이기 때문이다.
<대화령국장>이 발해의 <대장경>이 확실하다면 이번에 공개된 불경의 불교·역사적 가치는 엄청나다. 이 불경은 발해의 문헌 중에는 처음으로 발견된 것으로, 그간 한 점의 문헌도 발견되지 않아 오직 신·구당서 등의 외국 역사서에 의존해온 발해 연구의 한계를 탈피할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고고학적 발굴성과만을 근거로 짐작되던 발해의 불교문화 수준의 실체를 확증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도 크다. 그간 가장 오래된 대장경으로 알려진 1006년의 <대보적경(大寶積經) 권 제32>보다 제작시기가 앞선 대장경을 보유하게 된다는 점 또한 의미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조 관장은 “<대장경>이란 경전들을 집대성한 것으로 국력과 불교문화가 융성할 때 비로소 제작될 수 있다”며 “발해는 통일신라 못지않은 불교국가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경도박물관에 <대화령국장>의 다른 부분이 소장돼 있는데, 박물관 측은 태조 이성계가 국호를 정할 때 ‘조선’과 더불어 ‘화령국’을 물망에 올렸다는 점을 근거로 14세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