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봉사 능파교 붕괴에 이어 또다시 지방자치단체의 의뢰를 받아 정비 보수 작업 중이던 통일신라시대 석조여래좌상(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92호)이 화재로 훼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8월 2일 오전 5시께 경북 경주시 강동면 안계리에 있던 석조여래좌상이 불에 타 하단 부분이 파손된 것을 마을주민 이석달(53)씨가 발견, 당국에 신고했다. 화재는 보수공사 도중 불상하단을 받쳐놓은 플라스틱 재질의 운반용 팔레트에 촛불이 옮겨 붙으면서 발생했다. 불상은 전신이 불에 타 오른쪽 허벅지 부분에서 오른쪽 발목까지 금이 갔고 머리위에 놓여 있던 지붕돌이 파손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경주시청 문화예술과는 지난 5월부터 오는 9월 6일까지 문화재 보수업체인 (주)한성에 석가여래좌상 주변정리 및 복원정비 작업을 의뢰했었다.
안계리 석조여래좌상은 석굴암 본존불의 제작 양식을 그대로 이어 뛰어난 조각기법으로 인해 보물급 이상의 유물로 평가받아 왔으며 지난해에는 조계종 문화부가 주변지역 발굴조사를 실시했었다. 조계종은 발굴과정에서 석불의 좌대 상·중·하단을 복원하고 최근에 문화재 지정을 준비해왔으며 경주시도 이 일대의 복원정비 사업을 벌여왔다. 지난 5월부터 진행된 복원공사 현장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안전시설을 하지 않았으며, 화재가 나기 3일전에는 보수업체가 석불을 원래 있었던 위치에서 약 1.5m 가량 옮겨 방치해 놓은 상태였다.
이와 관련 경주시측은 “원래 파손정도가 심한 유물로 문화재적 가치가 낮았다”고 평가하고 “현재 파손된 석불의 보존처리를 문화재청에 의뢰 중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라고 밝혀 문화재 담당 공무원의 낮은 의식 수준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나 석불의 훼손상태를 처음 발견한 주민들과 경주 문화관련 단체들은 “지자체의 허술한 복원공사 현장 관리감독이 이런 참변을 불러왔다”며 경주시청과 보수업체를 함께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조계종 문화부는 “소유권과 관리권이 국가와 지자체로 분리되어 있는 현재의 석조 문화재 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이러한 사고는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며 “문화재 보호법 개정 등 지자체의 문화재 정책에 대한 책임의식과 전문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