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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상봉 '눈물바다'
덴마크입양인, 친가족 재회
천태종 사회복지재단의 후원으로 덴마크 입양 한국인 피아 핸슨(33, Pia hansen, 한국명 김인숙) 씨가 친아버지 김종대(66, 인천시 서구 용현동) 씨와 30년만에 상봉했다.

1975년 3살의 나이로 덴마크로 해외입양된 피아 씨는 7월 29일 오후 5시께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중나온 아버지 김 씨와 큰언니 김영명 씨, 둘째언니 김인영 씨, 오빠 김인식 씨와 재회했다.

아버지 김종대 씨는 딸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없을 만큼 시력을 잃은 상태에서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면서 연신 눈물을 흘렸다. 이에 피아 씨는 "정말 행복하다. 친아버지의 시력장애와 신체장애 소식을 들었는데, 건강해 보여서 더 많이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이들 4남매는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피아 씨는 이후 가족과 함께 인천 용현동에 머물게 되며, 8월 2일 친가족을 찾아준 천태종 총무원을 방문해 총무원장 운덕 스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뒤 8월 4일 출국한다.

이날 만남은 지난 6월 한국에 있는 가족의 요청으로 덴마크 대사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천태종 덴마크신도회 이미림 씨가 피아씨와 연결돼 천태종 사회복지재단이 주선해 이뤄졌다.

다음은 둘째 언니 김인영 씨가 덴마크로 입양된 친동생을 찾아달라며 입양기관과 주덴마크 한국대사관, 주한 덴마크대사관에 보낸 사연이다.


둘째 언니 김인영 씨가 보낸 사연(전문)

저희 어머니와 아버지는 두분 다 장애를 가지고 결혼생활을 시작하셨지요. 어머니는 앞을 거의 못보시는 시력장애와 아버지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친척집에서 일을 도와주며 사셨는데, 어릴 때 동네에서 6.25때의 전쟁부산물로 오른쪽 팔과 왼쪽 두 손가락이 절단되시고 한 쪽 눈도 잃어버리셨죠.

옛날에는 정상인도 살기 힘들었는데, 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게 쉽지 않은게 당연했죠. 매일 벽돌공장이며 항구에서 짐을 실어나르는 잡일을 했지만 1남3녀인 저희를 거두기가 쉽지 않았죠.

생활보호대상자로 나라에서 밀가루를 타서 수제비로 끼니를 대신하고 앞으로 아이들 공부도 시켜야 하고 여러가지 걱정이 되었던지라, 막내딸을 입양보내기로 결정하셨어요.

그 당시 막내(김인숙 2세), 큰언니(김영명 11세), 둘째인 저는 3세, 셋째인 남동생 6세였는데, 엄마와 아버지는 매일 일 나가시고 제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인숙이를 돌볼 수 없었고 어려운 형편에 힘들게 사느니 좋은 양부모한테 가는게 좋겠다 생각하신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인숙이는 매일 먹는 수제비가 싫었던지 식사시간이면 "수지 안머(수제비 안먹어)"하면서 토라지기도 많이 하고 뜨거운 국물을 먹을때면 불어달라고 엄마한테 조르면 다른데 보고 후~ 불면 "아냐 안불었어 다시 불어"하면서 떼를 쓰고...

인숙이에게 "너는 이제 비행기타고 가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좋은 옷입고 예쁜 인형도 갖고 놀 수 있다"했는지 제 기억으론 외국에 가는 의미를 몰라서 그랬겠지만 동네아저씨께 자랑했던 기억이 나요.

인숙이가 떠난 이후로 저희 식구는 무척 고생하며 생활했지요. 언니만 고등학교 나오고 저는 둘째인지라 중학교만 나와서 시계공장에 가서 "돈 벌어라"하시는 걸 언니가 졸업하고 학비를 대겠다고 해서 고등학교도 겨우 마칠 수 있었어요.

아버지는 불편한 몸으로 하실 일이 점점 없어지셔서 고물상을 운영하셨는데, 온 식구가 쉬는 날이면 달려들어서 먼지나고 더러운 일을 하며 가게에 보탬이 되려고 많이 노력해서 겨우 낡은 아파트 18평짜리를 한칸 얻어서 생활했습니다.

그후로 아버지의 한쪽 남은 눈이 점점 나빠지시더니, 녹내장 판정을 받으시고 하루하루 어두워지십니다. 지금은 흑백만 보이는 정도.

저희가 동생의 주소를 알고 있었는데, 이사를 다니면서 주소가 없어졌고 연락을 못하고 있다가 입양기관에 문의하여 그 주소를 찾아서 작년에 카드를 보냈지만 반응이 없었습니다.

올해도 간절히 기다리며 카드를 보냈지만 소식이 없습니다. 저번 프로그램에서 본인을 만나 설득하는 것이 성공하여 만났던걸 보고 용기를 내어 신청해봅니다.

모쪼록 하루하루 눈이 어두워지는 아버지의 딸에 대한 그리움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박봉영 기자 | bypark@buddhapia.com |
2004-07-30 오전 6: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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