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의료 감독기구인 인간수정태생국(이하 HFEA)이 최근 치료 목적의 '맞춤 아기(designer baby)' 출산을 위한 착상전유전적 진단법(이하 PGD)의 사용을 공식 허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맞춤 아기란 시험관에서 수정된 여러 배아(수정란)의 유전 조직을 검사해서 난치병을 앓고 있는 자녀의 유전형질과 일치하는 배아만을 선택, 자궁에 착상시켜 태어난 아기를 뜻한다. 여기서 배아 유전 조직 검사에 사용되는 방법이 PGD다.
지금까지 영국에서는 PGD를 배아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경우만 허용했으나 이번 HFEA의 조치로 PGD를 형제자매의 난치병 치료 목적의 배아 진단에도 활용할 수 있게 돼 맞춤 아기 탄생이 가능해졌다.
최초의 맞춤 아기는 지난 2000년 판코니 빈혈을 앓는 딸 몰리를 위해 미국인 부부가 낳은 아들 아담이다. 아담은 10개의 배아 가운데 선택돼 건강하게 태어났다. 몰리는 아담의 탯줄 혈액을 이식받아 치료될 수 있었다. 이런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맞춤아기가 논란이 되는 까닭은 선택되지 못한 배아는 도태되기 때문이다. 배아도 인간이라고 본다면 살인행위가 된다.
이와 관련 김용정 동국대 명예교수는 "일체중생은 불성을 갖고 있다"며 "배아도 또한 생명으로, 불성을 갖고 있으므로 배아를 취사선택하는 것은 불성을 해하는 것이며 불살생계를 범하는 것이다"고 맞춤 아기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또 김성철 동국대 교수도 "맞춤 아기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가 당장의 근심은 덜 수 있지만, 인간이 인과응보의 원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며 "주어진 것 이상의 복을 누리려하면 좋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해 맞춤 아기가 지금의 고통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주장했다.
이번 영국의 허용 조치는 PGD진단법 사용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을 갖고 있지 못한 많은 나라들의 법 제정을 부추길 전망이다.
이에 대해 황우석 서울대 교수는 "선택적 출산은 유전자 조작이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진정한 의미의 맞춤 아기와는 거리가 있다"면서도 "선택되지 않은 배아는 도태된다는 점에서 살생으로생각할 만한 요소가 있으므로 충분한 논의를 통해 신중하게 금지ㆍ허용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