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비구니 스님들은 노후문제와 관련, 자신의 건강과 질병, 거주 공간, 소득문제 등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동국대 행정대학원 김미영 씨가 발표한 2003학년도 석사학위논문 <조계종 비구니 승려의 노후복지에 관한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그동안 불교계 전반의 노후복지문제와 관련해 학계와 조계종 사회부 등에서 몇 차례 발표된 것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비구니 스님들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발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미영 씨는 “출가자인 승려가 노후 복지를 걱정하는데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현실적 생활의 문제를 벗어나 여법하게 수행하고 정진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하다는 점에서 비구니의 노후복지문제에 대한 대안마련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며 이번 연구의 취지를 밝혔다. 김미영 씨의 논문은 운문사, 중앙승가대, 비구니 선원 4곳 외에 일반 사암 등에 주석하는 비구니(사미니) 420명을 대상으로 주거공간, 의료건강, 소득과 노후복지 욕구 조사를 바탕으로 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님들은 대부분(약 70%) 자신의 노년 건강 문제에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 건강검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았지만 경제적 부담과 수행력으로 견뎌내야 한다는 선방수좌들의 전통적인 풍토가 아직도 강한 탓에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스님은 고작 6.6% 수준이었다.
승려전문 병원 개원의 필요성도 절실해 보였다. 실제로 동국대 강남한방병원 김동민 교수는 “여성 수행자는 신체를 타인에게 노출해야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일반병원을 찾는 것을 꺼려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주거문제에 있어서는 대부분 노후에 조용히 정진하면서 지낼 수 있는 조그마한 수행처를 원한다는 대답을 많았다. 반드시 잘 차려진 처소보다는 편안하게 쉬면서 열반에 들 때까지 정진할 수 있는 소박한 공간이면 족하다는 것이다. 소득과 관련한 경제적 문제도 심각했다. 사찰에서 주지나 다른 소임을 살지 않는 65%이상의 스님들은 정기적인 보시가 없는 경우로 대부분 속가 친척의 도움을 받거나 신도들의 부정기적인 보시에 의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이용권 국장은 이와 관련해 “가톨릭의 경우처럼 완전보장방식의 노후보장이 가능하도록 상조ㆍ공제 제도를 도입해 일정 기간의 승랍을 가진 노스님들에게 거처와 연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미영 씨는 “조사내용을 분석한 결과 승려의 노후복지가 단순한 복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종단의 불안정을 해소하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느 정책보다도 시급한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