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부산의 A사를 다닌 최진철 씨(51·부산 온천동)는 최근 주지가 바뀐 뒤 이 절이 일반기업에 매각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주도한 새 주지 B스님은 주지를 맡은 직후 사찰을 팔기위해 은사를 양로원에 보내고 잘 운영되던 신도회를 해체하는 등 악행을 저질렀다. 또 이에 항의하는 불자들에게 온갖 욕설과 협박을 하기도 했다. 뒤늦게 알고보니 B스님은 소정의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 최근 ○○종에서 승려증을 발급 받아 단시일내(?) 승려가 된 것이었다.
이같은 사례가 빈번해 지면서 삭발염의만 했다고 출가자로서의 위의를 갖추고 있는지 자질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사찰재산을 빼돌려 사유화하거나 신도들에게 욕설, 폭행 등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소수의 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사례가 끊이지 않고 도리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이러한 스님답지 못한 이들의 행태가 승단과 불교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져 불교에 대한 불신풍조로까지 확산될수 있다는 위기감도 일고 있다. 또 이들은 각 종단 내에서 종단을 유지하는 기본적인 질서라 할 수 있는 위계를 무시하는 등의 처사를 서슴지 않아 종단 기강을 해치는 폐해도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일의 발생 근저에는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 승려를 각 종단에서 철저하게 제재를 가하기는커녕 일부 종단에서는 스님양성조차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25개 종단만 놓고 보더라도 3년 이상의 행자, 사미 과정 또는 이에 준하는 교육을 거쳐 수행자를 배출하는 종단은 조계종, 천태종, 진각종 등에 불과하다. 조계종과 더불어 한국불교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태고종도 1년의 행자기간과 4주의 수계산림을 거쳐 사미(니)를 배출한다. 정식적인 스님이라 할 수 있는 구족계를 받게 된 것도 올해부터다. 이 외에 관음종, 원융종, 법화종, 원효종 등 대부분의 종단들은 일정기간의 행자생활을 거쳐 사미계를 받도록 종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종법에 준해 승려의 자격기준을 적용하고 사미(니)계 또는 구족계를 주는 종단은 보문종, 법륜종 등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종단협에 소속되지 않은 일부 종단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종단으로서의 체계를 갖추고 있는 곳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엄격한 기준과 교육에 의거해 승려를 배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행자생활과 집체교육 과정을 생략한 채 계를 주고 승려증을 발급하는 종단도 있다.
소속 스님들의 재교육이 미진한 점도 승려의 자질과 직접적인 연관을 지닌다. 각 종단마다 소속 스님들의 재교육제도를 두고 있지만, 교육 프로그램이 간단한 종무행정 및 행사 안내와 강의 등으로 짜여져 이렇다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마저도 법계와 년차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는 종단은 조계종 등 일부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종단 자체에서 승려의 자격기준과 득도절차, 습의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교육수준이 높아진 재가불자들의 신행을 지도하려면 승려의 자질도 향상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승려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격기준을 적용하고 행자·사미(니)의 교육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다. 행자·사미(니) 기간은 승려로서의 인품과 덕행을 지녔는가를 시험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재교육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 배치와 이수의 의무화가 요구된다.
승려양성과 교육의 여건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작은 종단들의 경우 종단연합의 승려교육기관, 연수센터 등을 설립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또 조계종 등 교육여건을 갖춘 종단의 승려교육기관에 군소종단의 예비승려가 입학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방법도 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종단을 옮기면서 승려를 유지하는 파렴치범의 신상을 공개하는 범종단적 공시제도 도입, 승려의 비위행위를 방지할 수 있도록 종단별 신고센터 설치, 뚜렷한 종지 확립 등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승려양성 및 수계체계를 갖추지 못한 종단 예비승려와 스님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며 “승려양성, 교육에 관련된 정보교류와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도록 종단간 협조체제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