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불교미술인들이 한데 모여 불교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8월 28일까지 경기도 남양주 모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니르바나 생과 사의 경계’ 展이 바로 그것이다.
더욱이 이번 특별전은 모란미술관내 사찰인 백련사 개원을 기념하는 자리여서 주목된다. 참여 작가로는 강용면 고명근 김세일 김종구 노주환 안성금 이호신 이흥덕 정광호 천성명 최태훈 홍성담 등 12명이다. 작품 장르도 브론즈, 테라코타, 수묵채색, 유화 등 다양해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모자이크 작품인 ‘부처’를 내놓은 강용면 씨는 아름다운 한국의 오색 단청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우선 가부좌를 튼 부처의 모습을 동(銅)으로 뼈대만 세웠다. 그안에 형형색색의 단청색을 조화롭게 활용해 속살(?)을 모자이크로 채워 넣었다. 얼핏보면 투명인간을 연상케 하지만 분명 무변광대한 부처님의 모습이다.
김세일 씨의 ‘미륵’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중인 국보 제 83호 미륵반가상을 보는 듯 하다. 얼굴은 풍만하며, 가는 눈에 눈썹은 아름다운 반원을 그리고, 눈과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었다. 왼발은 내려 작은 연좌(蓮座)를 밟고 오른발을 그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왼손은 그 발목을 잡았으며, 오른손은 팔꿈치를 무릎에 얹어 손가락으로 턱을 괸 모습이 국보 미륵반가상과 흡사 쌍둥이 불상 같다.
또 이호신씨의 ‘생사(生死)의 우(雨)’는 염색한지에 수묵 채색을 한 것으로 열반에 든 한 선사와 무심하게 그를 따라가는 사부대중들의 행렬을 사실감 있게 표현했다.
브론즈(동)를 사용해 부처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고명근 씨의 ‘2면 관음’도 눈여겨 볼만하다. 큰 부처의 얼굴 가운데 하나의 작은 부처를 조각해 놓은 2명의 부처가 경건하고 자애롭게 느껴진다. 서양화가 홍성담 씨의 ‘물속에서 스무날’ 연작 네편도 연꽃과 물의 이미지를 통해 삶과 죽음의 진지한 성찰의 경계를 보여준다. 안성금씨의 ‘부처의 소리’는 부처의 본질에 대한 파격적인 화면을 캔버스 위에 펼쳐 놓았다.
이외에도 캔버스에 유화를 그린 이흥덕씨의 ‘붓다, 예수 서울에 입성하다’와 정광호씨의 ‘더포트 42120’, 최태훈씨의 ‘숲-부처’ 등도 불교의 상징을 통해 인간의 이기와 탐욕의 끝을 표현하고 있다.
김세일 학예실장은 “불교미술하면 으레 사찰이나 박물관 안의 봉헌물로서 불화나 불상, 공예 등에 한정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불교미술의 발전은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 자유로운 정신을 갈망하는 불교의 특성을 보여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해 기획 전시를 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한다. (031)594-8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