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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축제 기획 잘하면 '대박'
원효와 의상이 절을 세운 뒤 숱한 사람들이 전설을 남긴 벽지 산골에 위치한 경북 봉화 청량사. 이제 청량사는 더 이상 오지에 위치한 육지속의 섬이 아니다. 6년 전부터 국내 사찰로는 처음으로 시작한 ‘산사음악회’ 덕분이다. 음악회가 열리는 날이면 지역민들만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관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그래서 ‘봉화’는 몰라도 ‘청량사’는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찰 문화 축제를 통해 해당 지역을 알리는 크나큰 소용돌이를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초창기에는 냉담했던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도 예산을 편성해 적극 지원 하고 있다.

문화기획사인 ‘메타 스튜디오’측은 “크고 작은 지역축제를 포함하면 현재 전국적으로 400여개의 각종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가운데 문화관광부가 올해 후원명칭을 허용하거나 300만원 이상의 금액을 지원한 지역 문화행사만도 50여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귀뜸한다.

이렇게 범람하는 지역축제의 홍수 속에 지자체의 후원을 받는 사찰 축제는 김제 청운사 백련축제, 봉화 청량사 산사음악회, 영주 부석사 화엄축제, 양평 사나사 태고보우 추대의식 국사재현, 하동 쌍계사의 차(茶)축제, 해남 미황사와 공주 영평사, 공주 갑사, 남해 화방사의 산사 음악회 등 20여개에 이른다.

최근 산사음악회를 중심으로 한 사찰 문화 축제가 주5일 근무제를 맞아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지자체에서도 별도로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는 곳이 눈에 띠게 많아 졌다. 이중 청량사 산사음악회와 함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영주 부석사의 화엄축제다. 지난해 시작해 올해 5월 두 번째 행사를 치른 화엄축제는 날이 갈수록 지역주민의 높은 호응과 함께 지원금도 늘고 있다. 실제로 첫 해에는 영주시에서 4천만원 정도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올해에는 영주시의 후원금에다 경북도청, 문화관광부의 후원금까지 대략 7천만원 정도의 후원을 받았다.

그 비결은 축제 기획 단계부터 마당놀이 연출가 손진책 씨(극단 미추 대표)와 같은 영향력 있는 문화 전문가와 지역 문화 인사들을 대거 참여시킨 집행위원회를 구성해 조직적으로 준비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부석사 창건주인 의상대사를 기리는 창작극 ‘의상’과 다례제, 문학제, 탁본체험 등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부석사 총무 도륜 스님은 “올해 6월 영주시에서 지역 축제에 대한 평가조사를 대학에 의뢰했는데 화엄축제가 그동안 영주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한 인삼축제를 제치고 지역을 알릴 수 있는 가장 우수한 축제로 평가받았다”며 “영주시로부터 내년에는 예산지원을 더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통고 받았다”고 말했다.

또 1371년 고려 공민왕에 의해 국사로 추대된 것을 계기로 고향인 현 양평지역이 군으로 승격되는데 기여한 일등공신 태고보우 스님의 열반지 사나사도 지자체의 협조가 활발하다. 지난해 10월 열린 산사음악회와 태고보우 국사 추대 의식 재현 행사에는 지자체의 지원은 물론 철도청에서 행사 당일 청량리에서 양평까지 운행하는 특별 열차를 배정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7월 31일 올해로 두 번째 ‘숲속 생명 사랑 산사음악회’를 여는 남해 화방사 역시 남해군으로부터 총 예산의 4분의 1을 지원받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찰 지역축제는 지역 공동체가 중심이 돼 사찰이 장소만 제공하는 형식으로 열리는가 하면 지자체나 정부의 예산 후원을 받아 사찰이 주도적으로 기획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자체 후원의 손길이 못 미치는 곳이 더 많다. 초창기 의욕을 가지고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문화 축제를 마련했던 사찰이 예산 부족으로 인해 일회성 행사로 마치는 경우도 있다.

영주시청 문화관광과 곽형렬 계장은 “지역축제는 짧은 시간에 해당 지역을 알리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지자체가 눈독을 들이는 가장 큰 홍보수단”이라며 “특히 고즈넉한 산사에서 열리는 사찰 축제는 주 5일제를 맞이해 관광적인 측면과 함께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매력으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곽 계장은 “특히 요즘은 지역 문화축제의 홍수로 후원을 요청하는 곳이 많아져 지역민들과 연계할 수 있는 참신한 프로그램의 유무와 호응도에 따라 후원금을 배정하는 경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4-07-24 오전 8: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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