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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간화 종문은 보편적 개념과 살아 있는 언어로 최상승의 간화 종지를 재구성하지 못하고, 죽어있는 언어와 화석이 된 전통문화로 덧칠하고 있을 뿐입니다.”
‘참선 수행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7월 20·21일 양일간 제9교구본사 동화사 통일대불전에서 전국승가학인연합 주최로 열린 ‘제15회 전승련 불교학술대회’. 지난해보다 대폭 축소된 규모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는 사미승 200여명만이 참가, ‘교학과 선의 관계’, ‘간화선 수행과 공안 공부의 문제’ 등을 논제로 토론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조계종의 수행법인 간화선의 중요성은 대개 인정하면서도 교학과의 관계 설정, 지도 방법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첫째 논제인 ‘교학과 선의 관계’와 관련, 논주인 은해사 승가대학원장 지안 스님은 금강경, 능엄경, 원각경에서 공안적 요소를 찾아내 선(禪)과 교(敎)가 둘이 아님을 밝혔다. 또 강원을 학불장(學佛場)으로, 선방을 선불장(選佛場)이라 불러온 예를 들며 수험생이 공부를 하고 시험에 응시하듯, 교는 선의 예비과정이며, 선을 돕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월호 스님(해인사 강원 강사)은 “경학이나 참선 중 하나만 택해 계속 공부할 수도 있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양관 스님(통도사 강원 강사)은 “강원(승가대)·동국대와 아울러 기본 교육기관 중 하나인 기본선원은 학불장을 뛰어넘어 선불장으로 나아간 경향이 있다”며 교학과 선의 선후관계 주장에 어긋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묻기도 했다.
둘째 논제인 ‘간화선수행과 공안공부의 문제’에 대해 논주로 나선 성본 스님(동국대 교수)은 “선불교의 수행체계는 조주의 무자화두 참구를 통한 사마타 수행(止)과 공안 공부를 통한 위빠사나 수행(觀)을 골격으로 하는데, 한국불교에서는 공안 공부가 등한시 돼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간화선의 수행은 중생심에서 무자(無子) 공안을 참구하는 방편적인 시각(始覺)을 본각(깨달음)으로 되돌아가도록 하는 구조”라며 “‘이 뭣고’로써 의심을 일으키고 의심을 참구한다는 것은 깨달음으로 전향하는 본래심의 참구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눌·혜심·보우·경봉 스님이 무자 화두 참구를 강조했고, 대혜 스님이 조주의 무자 화두만을 유일하게 강조했다는 점을 들며 무자 화두의 우월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혜원 스님(동국대 교수)은 “납자의 안목에 맞는 공안을 내리면 되지 굳이 송대의 선법인 무자공안에 천착할 필요는 없다”고 반박했고, 지환 스님은 ‘이 뭣고’에 대한 성본 스님의 주장이 “학인 스님에게 혼란만 주는 독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학술대회의 주제가 오랜 수행 경험이 있는 선 수좌들에게나 적합한 것”이라며 학인 스님들에게는 “참선 수행 준비 방법 또는 구체적인 선 수행 방안 등이 더 절실한 주제”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을 비롯해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 동화사 주지 지성 스님 등이 참석해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은 기조법어를 통해 “간화선의 특징인 활구참선을 통해서 여러 생이 걸릴 성불을 금생에 마칠 수 있다”며 간화선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활구참선을 위해서는 선지식 스님을 찾아가서 화두를 바로 간택 받고 일상 속에서 오매불망 의심과 화두제목을 같이 챙겨야 한다”고 법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