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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법사 사찰 요리 강좌 '인기'
“음식을 약으로 여겼던 불가의 전통 배워요”
찌는 듯한 더위가 연일 이어지자 입맛이 떨어지고 의욕마저 잃게 되는 요즘, 자연의 풍미가 물씬 풍기는 사찰 요리로 더위를 잊는 보살들이 있다.

부산 홍법사(주지 심산) 사찰요리 강좌가 열린 7월 21일, 20여명의 보살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사찰 요리 삼매에 빠져있었다. 요리 경력 최소 10년이 기본인 보살들이지만 이 시간만큼은 선생님께 이것저것 묻고 배우느라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이날의 요리는 ‘쑥 갠떡’과 ‘무지개 케익떡’. “쌀가루와 쑥을 섞어 손으로 비비며 채로 걸러 색을 내세요. 그 다음에 설탕물로 익반죽 후 반죽을 둥굴넙적하게 모양틀에 찍어내 쪄냅니다.” 사찰 요리 강사 정순자(54ㆍ자명화) 보살의 설명을 따라 수강생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진다. 꽃모양, 빗살무늬, 잎사귀 모양으로 떡을 찍어내며 나이를 잊고 소녀처럼 즐거워진다.

홍법사가 사찰요리 강좌는 신도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강사도 신도, 수강생도 신도다. 강사 정순자 보살은 롯데문화센터 창원점과 부산점에서 웰빙요리 강사로 활동하는 15년 경력의 요리 전문가. 사찰요리를 배워보고 싶어하는 신도들과 마음을 모아 강좌를 개설하고 보니 신청자가 늘어나 20명 정원이 꽉 찼다. 9개월 동안 이어지는 강좌라 수강을 원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강좌를 더 개설해야 될 형편이다. 오이간장 장아찌, 고추 장아찌, 고추물김치, 증편 등을 배운 홍법사 사찰요리 강좌. 수박으로 연꽃 만들기 등 색다른 요리 외에도 올 가을에는 특별한 장 담그기 행사도 계획중이다. 신도들의 신청을 받아 된장, 간장을 홍법사 도량에서 직접 만드는 행사다. 좋은 콩을 사고 메주를 띄우고 간장, 된장을 함께 담그며 신도들간의 정도 다지고 사라져 가는 전통의 맛도 살려내기 위해서다.

정순자 강사는 “사찰 요리는 오신채를 쓰지 않고 재료의 맛을 충분히 살려주는 제철 요리”라며 “앞으로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요리 위주로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있다는 길상주(50) 보살은 “절에는 다녀도 사찰 요리는 접하지 못했는데 고기 위주보다는 채식 위주라 가족들 건강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주 배웠던 고추물김치가 가족들 입맛을 돋궈줬다”며 “오늘 만든 떡 꼭 맛보고 가라”며 웃어 보였다. 옆에 있던 무주행, 정진화 보살도 “일반 가정에서 쓰지 않는 양념들을 사용하니까 맛이 색다르다”고 덧붙였다.

찜 속에 김이 오르고 수강생들의 얼굴도 열기로 달아올랐다. 찜통에서 나온 ‘쑥 갠떡’은 쑥 빛이 더욱 짙어지고 무늬가 한결 살아나 있어 맛을 더했다. 맛을 보던 최기자 보살은 "손 맛이 살아 있다. 우리 입맛에 맞는 우리 먹거리를 찾아 나가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이 가져온 떡을 맛보던 심산스님은 “사찰 요리 시간이 단순히 요리 배우는 시간이 아닌 음식을 수행을 위한 약으로 여겨 소중히 여겼던 불가(佛家)의 정신을 되살려 내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천미희 기자 | mhcheon@buddhapia.com |
2004-07-23 오전 9: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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