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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 속에서 스님은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글을 쓰고 도롱뇽의 딱한 사정을 알릴 책갈피를 만들고 있었다. 지율 스님을 만나 3주간 단식 농성을 하며 느낀 소감을 들어보았다.
지율 스님은 이번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와 청와대에 대한 이야기로 입을 뗐다. “지난 7월 법원은 현장 조사 기간 동안 공사 중단을 권고했다. 그걸 구실로 정부는 우리 요구를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정부는 싸움에서 절대로 밀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만 하는 것 같다”며 “그런 정부의 태도에서 여유를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 속에서 정부 당국을 바라보는 스님의 안타까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스님은 또 “정부가 김선일 씨 사건처럼 누구를 희생자로 만들어서라도 밀어붙이려 한다“며 ”청와대가 계속 침묵한다면 끝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단식 초기 문규현 신부가 스님을 찾아와서 종교인이 죽을 장소를 잘 만나는 것도 복이라고 위로하고 갔다”며 “나 역시 신념에 따라 살다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율 스님은 불교계의 도움에도 큰 기대를 않는 눈치였다. “불교계가 북한산 문제를 잘못 처리한 것 때문에 천성산 문제 해결도 힘들게 됐다”며 “수경 스님도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요새 스님은 노숙생활의 어려움을 천성산 보존 운동을 하며 알게 된 수녀의 도움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님은 또 “19일 불교단체들이 방문해 문재인 수석에게 항의하러 가겠다는 말을 했다”며 “찾아올 사람이 누군데 구걸하듯 찾아 가냐. 어차피 악수하느라 바쁠 뿐이다”고 만류했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천성산 문제로 소원해진 은사 스님과 내원사에 대한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아무 도움 받을 생각도 없다. 연락도 안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사 스님에 대해서는 “가끔 은사 스님이 전화로 ‘밥은 먹고 있냐’고 물으시고 단식은 왜 하냐며 화를 낸다”며 “그때마다 신문에 죽었다는 말이 나오면 죽은 줄 알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17일 경찰 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공권력이 비구니에 대해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비추어져 천성산 문제의 초점이 흐려지길 바라지 않는다”며 “나는 이번 사건이 한국 사회의 산업화 과정에서 지나쳐버린 세월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스님은 “나는 이 싸움에서 이긴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즐겁게 일을 한다. 오히려 주위 사람들이 진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