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찾아왔다는 찜통더위는 사그라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이글거리는 볕에 취해 헥헥대는 사람들의 지친 낯빛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뜨거운 여름의 갱생 방도는 없는 것일까?
그 답을 불가의 음식전통에서 찾아보자. 일반적으로 더운 여름 ‘보양식’으로 삼계탕 등의 육류섭취가 권장되고 있지만 사찰음식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장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으로도 무더위를 이길 영양만점 건강보양식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름에 사찰에서 별미로 올리는 ‘냉콩국수’가 바로 그 예다. 국수는 스님의 웃음 즉, ‘승소(僧笑)’라 부를 정도로 스님들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국수의 맛과 콩의 영양이 어우러진 콩국수는 사찰의 오랜 건강음식으로, 체내의 소화흡수 기능 및 신진대사가 왕성해지는 한여름의 효과적인 단백질 공급원으로 꼽힌다. 지방질과 당질, 칼로리는 제한하면서도 좋은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장 적문 스님은 “노각(늙은오이)무침과 가지냉국 등도 여름철 보양식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땀으로 소모되는 수분을 보충하고 체내에서 과도한 열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오이, 수박 등 수분이 많은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더위를 먹어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안될 때 늙은 오이의 씨부분만 긁어내고 즙을 내어 마시면 증세가 금방 가라앉는다.
또한 여름은 식물이 영양분을 뿌리에 저장하는 시기가 아니고 아직 잎에 가지고 있는 때이므로, 상추나 시금치 등 제철의 잎채소를 즐겨먹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들 채소들은 된장ㆍ고추장ㆍ간장 등의 장류와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선재 스님은 “발효된 장류에는 야채 내의 독소를 중화시킬 수 있는 효소가 포함돼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제철 채소와 각종 장류를 함께 조리하면 보양과 함께 식중독 예방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를 氣를 보하는 찰밥, 엉킨 피를 풀어주는 미역국 등과 함께 섭취한다면 여름철 최상의 건강 식단이 된다.
◇여름철 보양식◇
- 잣콩국수 -
잣½컵, 콩(대두)1컵, 국수(소면) 300g, 오이½개, 소금 약간
1. 콩은 깨끗이 씻어 물에 4~5시간 정도 불린다. 오이는 깨끗이 씻어 곱게 채썬다.
2. 냄비에 불린 콩과, 콩보다 조금 더 많은 양의 물을 붓고 끓인다. 끓어오르면 냄비 뚜껑을열고 한두 개 먹어보아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 불을 끈다. 콩물이 넘치기 쉬우므로 뚜껑을 열고 삶는다. 삶은 콩은 찬물에 헹구면서 손으로 비벼 껍질을 벗긴다. 믹서에 콩과 잣을 함께 넣고 물을 조금 부은 후 곱게 간다.
3. 끓는 물에 국수를 넣어 삶는다. 끓어오르면 찬물을 붓고 한 번 더 끓어오르면 다시 찬물을 붓는다. 국수를 한두 가닥 건져 찬물에 넣었을 때 색이 투명하면 모두 건져 찬물에 헹궈 사리를 짓는다.
4. 그릇에 국수를 담고 2의 잣콩물을 부은 후 그 위에 채썬 오이를 얹는다. 먹을 때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tip) 끓는 물에 콩을 넣고 다시 끓어오른 후 2분 이내에 콩을 건져야 고소한 맛이 난다.
-노각무침-
노각(늙은 오이) 500g, 소금 약간, 양념장(고추장 2큰술, 설탕½큰술, 식초 1큰술, 통깨 약간), 참기름 약간
1. 노각은 껍질을 벗기고 씨 부분은 없앤 후 채썬 다음 소금을 뿌려 살짝 절였다가 물기를 꼭 짠다.
2. 고추장에 설탕, 식초, 통깨를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 노각을 양념자엥 살살 버무린 후 참기름을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