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700년 전 만년설로 뒤덮인 히말라야의 땅 티베트에 한 여인이 있었다.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제후들의 쟁탈 대상이 되어 마침내는 왕후가 됐다. 하지만 불교의 지혜를 티베트에 전한 ‘파드마 삼바바’의 가르침으로 밀법을 수행하고 그의 영적인 아내(칸돌마)이자 수행 도반이 된다. 그녀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예세 초겔이다.
그녀는 제자인 겔와장춥과 남캐닝뽀에게 자신의 전기(傳記) 세 부를 쓰도록 하여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장소에 숨겨 두었다. 이 책들은 그녀의 예언대로 거의 천 년이 지난 17세기에 땔돈 딱샴쌈덴링빠가 발굴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영미권에서는 몇 권의 번역본이 출간됐으나,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예세 초겔의 많은 업적중 손으로 꼽는 것은 사원 건립과 승가 교육 체계의 확립을 들 수 있다. 또한 마지막까지 제자들을 지도하고 근기를 성숙시켜 구전으로 법을 전수했으며, 티베트 불교의 장래에 대해 여러 사실들을 예언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티베트에 불교가 전래되고 정착되는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하는 것은 아니다. 예세 초겔의 일화와 고행담, 수행을 성취하는 과정과 중생을 교화한 내용을 아름다운 시와 노래로 드라마틱하게 들려주기도 한다. 여기에 밀교의 다양한 수행법까지도 덧붙이고 있다. 단전에서 열을 일으키는 수행을 위해 솜옷을 몇 겹 입고도 견디기 어려운 설산의 바위 동굴에서 천 한 조각만 걸치고 수행에 정진하는 것, 구업(口業)을 정화하기 위해 밤낮으로 만트라 수행을 하여 아름답고 지치지 않는 음성을 얻는 것 등 중생과 함께 호흡하며 부처의 모습으로 살다 간 예세 초겔의 다양한 밀법을 만날 수 있다.
예세 초겔
예세 초겔 지음/설오 옮김
김영사
1만7천9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