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는 모르는 것을 만나면 제일 먼저 인터넷으로 달려가 답을 찾는 버릇이 생겼다. 그 안에는 엄청난 디지털 콘텐츠가 있기 때문이다. 불국사로 답사 여행을 떠나는 영배네 가족도 마찬가지. 사전 준비 차원에서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본다. 그러나 이내 난관에 봉착한다. 옥개석이 어쩌고, 장석이 어쩌고…. 석탑에 관련된 명칭이라는데 무슨 말인지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문화재청이나 불교계 홈페이지들을 뒤져봐도 궁금증을 확 풀어줄 만한 자료를 만나기란 어렵기만 하다. 디지털 콘텐츠의 범람 속에서도 불교 문화재 콘텐츠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빈약한 상태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의 ‘2004년 우리 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화사업 공모’ 결과 전남대 문화예술특성화사업단(단장 성진기)의 ‘한국 석탑의 문화원형을 이용한 디지털 콘텐츠 개발’과 명지전문대 산학협력단(단장 김성태)의 ‘한국 전통목조건축 부재별 조합에 따른 3차원 디지털 콘텐츠 개발’이 최종 선정돼 눈길을 끈다. 불교 문화재 콘텐츠화의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함은 물론 사업화 가능성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 석탑의…’는 미륵사지·정림사지탑, 석가탑 등 10개의 주요 석탑을 사진, 3D 그래픽, 동영상 등으로 구현하고 관련 캐릭터를 개발한다. ‘한국 전통목조건축…’은 사찰, 궁궐, 서원 등의 전통건축물의 부재 150여 가지를 3D 형태로 구현하고, 이들의 조합을 통해 작동자 임의의 가상 건축이 가능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이 두 사업에서 눈에 띄는 것은 3D 콘텐츠 개발 계획이다. 3D 콘텐츠는 대상 사물을 돌려가며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가상 해체·복원도 가능하게 해 문화재를 가장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보여주는 방식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불교 문화재와 관련해 이렇다 할 3D 콘텐츠가 개발된 적은 거의 없다. 3억 남짓한 각 사업들의 예산 규모를 감안할 때 얼마나 양질의 산출물이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지만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들 사업이 불교 문화재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한국 전통목조건축…’은 불교 문화재가 게임, 애니메이션 백그라운드 이미지 제작, 고건축설계, 문화재복원, 전통건축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기반 콘텐츠로 개발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좋은 예다.
‘한국 석탑의…’의 과제책임자인 천득염 전남대 교수는 “지금까지 불교 문화재를 보호하는 데만 힘썼지 콘텐츠화의 노력은 부족했다”며 “이번 사업을 계기로 불교 문화재를 소재로 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사업화 시도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우리 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화 사업’은 2002년에 시작돼 올해로 3년째를 맞고 있으며 ‘한국 불화(탱화)에 등장하는 인물 캐릭터 소재 개발’ 등 39건이 개발 완료됐고, 23건이 개발 중이다. 완료된 사업의 결과물은 문화콘텐츠닷컴(www.culturecontent.com)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