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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개최된 산사음악회는 줄리아드 음대를 졸업한 첼리스트 홍지영,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현 한국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 박은해 씨가 출연해 찬불가 ‘우리도 부처님 같이’ 외에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멘델스존 피아노 삼중주,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짚시의 노래), 엘가의 사랑의 인사 등을 연주했다. 또 선시연구자 모임 경희대 배규범 교수가 사명당 스님의 ‘정응 스님에게’ 라는 선시를 낭독해 대중들에게 선시의 깊은 멋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선시 연구자 모임 회원들이 선(禪)과 클래식의 만남을 일반화시키고 대중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마련한 이번 음악회는 태풍 ‘민들레’의 북상 소식에도 아랑곳 않고 달려온 200여명의 사부대중을 매료시켰다.
어떤 조명이나 장식도, 요란한 팜플렛 광고도 전혀 없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마련된 음악회였지만 장식되지 않은 산중고찰의 단아한 자태 속에 울려퍼진 클래식과 선시의 만남은 어느 음악회 못지 않는 감동을 자아냈다.
기림사 총무 각천 스님은 음악회에서 주지 종광 스님을 대신해서 인사말을 통해 “음악회를 추진한 분들께 감사하며, 비로 인해 밖에서 진행을 못하고 실내로 옮겨 진행하게 된 점에 대해 양해를 바라며, 마음에 행복을 담아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시 연구자 모임 이진오 회장(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은 “달그림자처럼 소리없이 왔다가 사라지려고 하다가 음악회를 열면서 이렇게 알리게 되어 당황스럽지만 기림사 스님들의 적극지원과 무료로 동참해 준 음악가 덕분으로 클래식 음악과 선시를 산중고찰에서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선시 연구자 모임은 선시연구를 통해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들의 모임으로 지난 1월 12일 대흥사에서 첫 모임을 가진 이후 2번째 모임을 갖게 됐으며, 우리나라에 약 10여명이 활동중이다.
선시연구자모임 강석근 교수(동국대학교 국문학과 강사)는 “선시 연구는 한문학과 국문학의 중간 성격을 지니는 또 다른 노다지 장르임에 불구하고 학계에서 외면하는 경향이 있어 연구자들이 많지 않은 실정”이라며 선시연구자의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일반학계에서 선시연구에 대해 외면하고 있는 시점, 불교종립대학교가 나서서 선시 연구에 불을 지피고 잊혀져가는 선시를 일반대중에게도 널리 알리고 보급하는데 앞장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모인 선시연구자 모임 회원 6명은 음악회 후 기림사에 남아서 선시를 윤독하고 감상하며, 선시 연구현황과 향후의 전개 방향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