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불자들이 뛰고 있다. 수행과 신행에 적극적이고, 스스로의 가치와 위상을 확립하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6월 30일 발표된 통계청 자료나 사찰 신행활동 현황은 이런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하지만 불교계의 관심은 아직도 먼발치다.
이러한 가운데 제9회 여성주간(7.1~7.7)을 맞아 여성불자들의 노력과 잠재력을 담아낼 체계적 연구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6월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서는 여성의 종교인구(61%)는 남성보다 14.6%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세계여성불자대회 등의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주변인 불자’를 뛰어넘으려는 여성불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시민선방 수행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80%에 달하고 여성불자들의 신행활동도 활발하다. 법회 참석 열의나 봉사활동 참여도는 남성불자를 훨씬 앞지른다. 최근 들어서는 불교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여성불자들도 대폭 늘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냉담하다. 여성 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기도와 염불 등으로 대표되는 수행법의 가치에 대한 인식전환과 새로운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입을 모은다.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김정희 교수는 최근 세계여성불자대회에서 ‘여성불자들의 삶에서 본 생명 여성주의 윤리: 작은 해탈에서 머물고 말 것인가?’ 발제를 통해 “한국의 여성불자들은 수승한 실천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향의 서원을 시방으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며 “서구 페미니즘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인욕바라밀의 실천수행 등이 새로운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해석과 가치발견도 중요하지만 실질적 제도 마련은 이에 앞서 논의돼야 할 문제다. 불교여성개발원 이창숙 자문위원은 ‘한국 여성불자 활동의 역사적 고찰과 과제’ 발표를 통해 “여성불자들을 위한 교육 체계를 세워 여성의 자각을 일깨워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수행자의 여건에 맞게 고안한 프로그램은 물론, 이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개발도 전무한 상태라는 평가에서다.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이현옥 교수는 종립학교나 강원, 사찰 차원에서 여성불자 수행과 교육을 전담할 기관과 연구소를 설립ㆍ확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성불자 개인의 정체성 확립은 최우선 과제다. 연초에 불교여성개발원이 실시한 ‘여성불자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설문조사’ 분석에 따르면 신행활동 중에 성차별을 경험한 경우 같은 여성 재가불자들에게 겪은 차별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불교계에 뿌리박힌 여성비하 풍조를 여성이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교단 내에 남아있는 가부장적 요소를 불식시키고 치마불교의 이미지를 과감히 떨치는 것을 여성불자 정체성 확립의 주요 과제로 꼽는다.

불교여성개발원 한주영 연구개발실장은 “여성불자 성장방안과 관련한 제도적 장치는 여성불자들의 성향과 요구를 꼼꼼이 분석한 후에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며 “넘치는 여론을 수렴에 앞서 면밀한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