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무이!”
경상도 사투리로 ‘어머니’를 부르는 말이다. 6월11일 부산시 엄궁동 동사무소 2층, 관내 독거 어르신들을 위해 마련된 무료급식소에서 차정연(52) 약수자비원 원장은 수도 없이 ‘어무이’를 불렀다. “어무이! 밥 더 잡수세요.” “어무이! 어디 아픈 데는 없어요?” 한끼 밥을 해결하러 온 어르신들이지만 차 원장은 일일이 손을 맞잡고 반기며 어르신들을 부처님처럼 받들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차 원장이 어르신을 “아가야”로 부르며 “우리 아가야, 오늘 아침에 목욕했나?”하고 묻자 어르신들은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듯 “응”하고 대답하며 아이처럼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때론 딸처럼 때론 어머니처럼 가난하고 외로운 어르신들과 이웃들을 보살펴 온 차원장의 일상이 그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무료급식이 있는 날이면 이른 아침 차 원장과 혜향봉사단 단원들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목욕시키는 목욕봉사도 함께 한다. 봉사단원 일부는 차 원장이 일궈놓은 약수암 도량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일부는 목욕봉사에 나선다. 게다가 수지침과 뜸 무료 봉사도 있어 어디 한군데 성한 곳이라곤 없는 나이의 어르신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차 원장이 이처럼 매월 첫째 주 무료급식, 목욕봉사, 수지침 봉사 등을 해 온 것도 벌써 10년째. 오랜 세월 한결같이 봉사하는 차 원장과 봉사단을 지켜본 어르신들의 칭찬이 대단했다.
“최고지. ‘아가야’ ‘아가야’ 하며 우리를 목욕시켜주지, 침 놔주지 너무 고마워.” 손은님(86),남준이(76) 할머니는 “좋아! 좋아!”을 연발했다. 배종명 동장도 “어르신 섬기는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 동사무소 수지침 강의료를 받으면 전액 또 봉사에 쓰는 걸 보면 대단하다”고 말했다. 20명으로 시작했던 봉사가 엄궁수지회, 자비신행회, 삼선회, 약수회 등의 조직을 갖추며 2백 여명의 봉사단으로 자리잡았다.
본인의 속옷에 구멍이 나고, 몸살로 앓아 눕고, 고물차를 몰고 다니면서도 가난한 이웃의 고통은 외면하지 못하는 차 원장. 차 원장의 봉사이유는 간단 명료했다. “부처님 공부해보니 행복해집디다. 그 행복을 다른 이들에게도 알리고 나누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어린 시절, 전염병이 도는 지역에서 밥을 해주고 병자를 보살피는 어머니를 보며 자란 차 원장이 나눔의 삶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셈이다. 물 한 모금조차 스스로 마실 수 없는 병고에 시달리며 불교공부와 인연을 맺은 후 1112일 동안 이어진 기도 끝에 나눔의 삶에 눈을 뜬 차 원장. 그 과정을 적은 글이 현대불교 신문 신행수기 대상을 받기도 했던 차 원장의 봉사행은 내 가진 것 모두를 내어놓아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불보살의 원력을 닮아 있다.
천막법당에서 시작해 7기 째를 맞은 불교교양대 운영으로 정법의 기초를 다지고 그 가르침을 기반으로, 약수자비원, 혜향봉사단을 만들어 불법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장을 만들어왔다. “워낙 가난한 동네라 절을 찾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찾아 나선 것이 봉사의 시작이었고 그것이 곧 포교”라고 강조하는 차원장은 좀 더 나은 복지를 위해 동의대 사회복지과에서 공부 중이다. 보다 폭넓은 봉사를 위해 오갈 곳 없는 노인들을 위한 생활시설 건립과 혜향봉사단의 사단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원장님 생활하시는 것만 봐도 저절로 닮게 된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를 쪼개어 어르신들을 찾아가 보살피는 차 원장의 삶은 나눔의 보살행이요, 불법을 전하는 전법의 다른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