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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강단을 지키며 동양과 서양의 철학들을 자유로이 넘나들던 김형효(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사유하는 도덕경> 출판을 기념하여 6월 23일 대한출판문화협회 강당에서 가진 ‘왜 우리는 지금, 노자와 붓다로 사유해야하는가’라는 주제의 특강은 그간의 학문적 사색의 성과를 세상에 내어놓는 자리였다.
인류의 역사를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경쟁과 갈등의 결과로 해석한 김 교수는, 타자를 지배하려드는 현실주의의 폐해와 고매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선 실현에는 실패한 이상주의의 자기모순을 지적하며 제 3의 대안을 모색한다. 김 교수가 발견한 대안은 노자와 불교. 그가 이들 사상에서 발견하는 지혜는 △세상은 자연스런 필연의 사실로서, 인간의 당위적 의지로 지배되지 않는다는 것 △세상은 무욕과 무아의 마음을 가진 이들에 의해 영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현실주의자와 이상주의자 공히 내면에 품고 있는 편파성과 부분성을, 세상을 여여하게 놓아두는 무위적 사유로써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노자ㆍ불교 사상이 대안이 될 수 있는 원천은 흑백 논리를 떠나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즉 유무(有無)의 이중성 관계로 바라보는 노자와 색공(色空)의 이중성 관계로 세상을 읽어내는 불교는 본질적으로 공생과 공존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있음은 없음을 전제로 하고, 없음은 있음을 전제로 하는 둘의 관계는 개념적으로는 별개이지만 의존적으로만 존재하기에 둘이 아니다. 서로를 전제로 하는 세계관은 배타적일 수 없고, 타자를 지배하지도 않는다. 차이로서 모든 것을 인정함으로써 만물이 서로 동거하는 질서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개별자의 문제로 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간은 소유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김 교수는 소유욕의 전회를 말한다. 무욕의 허심에 기초하게 되면 소유론적 욕심이 존재론적 욕망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이 무위적으로 되면 “만물의 차이를차이로서 인정”하게 되는데 그런 생각을 가진 범부들이 작은 성인 작은 부처이며, 그런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 무릉도원이라는 것이다.
특강을 마치며 김교수가 던진 말 한 마디.“마음을 수행하지 않고 자기 마음의 참회어린 변혁이 없이 어찌 세상이 진실로 변하기를 바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