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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학회(회장 현각)가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속리산 법주사(주지 도공)에서 학술발표회 및 선 수련회를 가진 것. 한국선학회와 법주사의 공동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법주사 승가대 학인스님들이 발표회에 동참하고, 다양한 실참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6월 19일 법주사 궁현당에서 열린 학술발표회 현장. 선학 전공자 40여명과 법주사 승가대의 학인스님 20여명이 모여들었다. 선 이론을 연구하는 이들과 출가 수행자가 만나 수행과 이론이라는 서로에게 취약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첫 발표자로 나선 김호귀 불교문화연구원 연구원은 ‘간화선에서 화두의 양면적 기능’이라는 논문에서 화두를 방편적 기능과 본질적 기능으로 구별하여 고찰하였다.
이에 대해 법주사 승가대학 강주 철운 스님은 “화두를 문자로 접근하는 데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말로 학문적 접근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화두일념의 상태는 다른 수행방법에서의 삼매와 같은 것인가를 따져 물었다. 깨달음의 체험이 부족한 참석자들은 선서들을 인용하며 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
두 번째 발표자 적멸(동국대 박사과정) 스님은 ‘<선원청규>의 내용구성에 관한 고찰’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적멸 스님은 <선원청규>가 일상생활에서 소임 할당, 의례나 의식을 규정한 측면에 주목하여 이 책을 의식집으로 규정하면서, 그 정신을 살려야 함을 강조했다. 중국에서는 중시되던 청규가 우리나라에서는 소홀히 취급된 이유에 대한 토론이 뒤따랐다.
토론 뒤에 참석자들은 상견례를 가지며 선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공유했다. 참석자들은 선학회 회원들과 학인 스님들이 함께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박영희(동국대 전자불전연구소) 연구원은 “스님들과 함께 발표회를 가지니 마음이 경건해지고 긴장도 됐다”면서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나타내기도.
발표회에 이어 열린 선 수련회는 선을 학문적으로 다루어오던 학자들에게는 실참의 기회가 되었다.
참선정진, 금강경독송, 산내 암자 경행, 혜정 스님 법문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수련회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운월(동국대 강사) 스님의 요가 지도. 운월 스님은 참선에 유용한 요가의 자세를 지도하고, 일일이 교정해주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학자와 학인 스님 간에 교류의 장이 되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아쉬움 또한 못지않게 크다. 아직은 어색함이 너무 커서 기대했던 만큼 토론이 치열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서재영(동국대 강사) 한국선학회 간사는 “학자와 수행자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라며 “우선은 자주 만나는 게 필요하다”며 만남의 의의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