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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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장경' 아니라 '교장(敎藏)'이 바른 이름"
의천 스님이 간행한 원각본 교장 대방광불화엄경수소연의초(大方廣佛華嚴經隨소演義鈔)
“고려 초기 고승 의천(義天)이 편집, 간행한 대장경. <의천의 속장경> 또는 <고려속장경>이라고도 한다.” “대장경을 결집할 때 빠진 것을 모아 간행한 경전. 고려의 대각국사 의천이 송나라, 거란, 일본 등지에서 경전과 불서를 구하여(…)흥왕사에 간경도감을 두고 숙종 1년에 완성” 백과사전과 불교사전에 실린 ‘속장경(續藏經)’에 대한 설명이다.

이 설명에는 몇 가지 오류가 담겨 있다. 의천 스님이 수집·편찬한 것은 경전이 아니라, 경·율·논 삼장(三藏)에 대한 연구논문(章疏)들이었다. 따라서 대장경과 같은 범주로 묶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다면 대장경의 속편이라는 뜻을 지닌 속장경이라고 부르는 것 또한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속장경이란 명칭은 잘못된 것이며 교장(敎藏)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 주인공은 국립문화재연구소 예능민속연구실 박상국 실장. 불교서지학자 박 실장은 6월 22일 의천 스님의 원각본(原刻本, 원래 목판으로 인쇄된 서적) 사진을 공개하며 속장경이라는 명칭의 그릇된 사용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사진은 일본 나라의 도다이지(東大寺)에서 촬영한 것으로 사진으로나마 원본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교장이 바른 이름이라는 것은 당시에 유통된 연구논문들을 의천 스님이 목록으로 정리한 <신편제종교장총록(新編諸宗敎藏總錄)>이라는 제목에서도 드러난다. ‘여러 종파의 교장의 목록’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 연구논문들을 교장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대각국사 문집에 있는 ‘대세자집교장발원소(代世子集敎藏發願소)’, ‘대선왕제종교장조인소(代宣王諸宗敎藏彫印소)’ 등에서도 분명히 교장이 제 이름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장이 속장(경)으로 불려지게 된 건 왜일까. 박 실장은 고노 겐묘라는 일본인 학자가 1911년 저술에서 속대장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시초로 본다. 속장(續藏)이란 단어는 대장경에 누락된 것을 모아서 편찬한 후편과 같은 뜻으로 일본에서 사용됐던 말이다. 국내학자들은 고노 겐묘를 따라 아무 의심 없이 속장(경)으로 불러왔고, 국사 교과서에까지도 버젓이 속장경으로 올라 있게 된 것이다.

박 실장이 이런 주장을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에 이미 속장경이란 명칭이 잘못됐고, 교장으로 불러야 함을 주장한 바 있었으나 그간의 잘못된 용어 사용의 관행을 고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교장을 속장(경)으로 불러 생기는 부작용은 단지 명칭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교장은 물론 대장경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야기하고, 잘못된 개념이 고착화되면 학문의 발전까지 왜곡될 수 있다.

박 실장의 가장 큰 바람은 국사 교과서의 ‘속장경’이 교장으로 바로잡히는 것이다. 교과서가 속장경이라고 적는 한 바른 이름인 교장이 설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박익순 기자 | ufo@buddhapia.com
2004-06-24 오전 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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