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3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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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살아 움직이는 복합적 세계관”
시크교와 주르반교, 크리스천 사이언스, 신의 자손(Children of God)….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거나 흔히 이단(異端)으로 여겨지는 종교들도 그것을 믿는 사람들에겐 목숨까지 버릴 수 있을 정도의 ‘삶의 준거(準據)’가 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종교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종교는 인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소재다. 하지만 그동안 ‘종교’라고 하면 교리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20세기 종교학계의 태두로 일컬어지는 니니안 스마트(1927~2001)는 종교를 단순한 믿음의 대상이 아닌, ‘이해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류의 삶 속에서 종교와 이데올로기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왔고, 오늘날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의 의미와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밑바탕에 깔린 세계관을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공회를, 일본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교와 신도(神道)를 알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인류가 일관성 있고 만족스러운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해서도 주요 문화와 문명이 어떤 사상과 실천행위를 배출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종교>는 종교란 무엇이고, 인류 역사상 얼마나 많은 종교가 존재했는지를 궁금해 하는 독자들을 위한 책으로, ‘세계 종교의 총망라’라고 할만 하다. 지은이 니니안 스마트는 2차 대전에 참전해 스리랑카에 배속되어 근무하다가 불교에 심취한 뒤 스스로 ‘영국성공회 신자이자 불교 신도’라고 말할 정도로 개방적인 학자였다. 1989년 이 책의 초판을 펴낸 이후 97년 20세기를 회고하는 내용을 담은 제25장을 추가해 재판을 냈다. 4년에 걸쳐 책을 번역한 윤원철(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지은이는 종교를 복합적인 세계관으로 보고 접근하고 있다. 그렇게 보았을 때 각 종교는 비로소 더 넓은 문화적 지평 속에서 인류의 삶의 현장에서 생동해온 세계관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본문만도 800여 쪽에 이르는 이 책에서 지은이는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시간과 공간, 그 속에서 종교의 역할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고 있다. 종교를 ‘인류 문화사의 전체 지평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복합적인 세계관’으로 규정한 지은이는 종교의 기원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세계 종교의 흐름을 ‘현대’라는 축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화보와 지도가 풍부하고 연대표와 개념 설명도 붙어있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1부 ‘동굴벽화에서 중세까지’에서는 여러 종교가 등장하고 전개된 양상을 세계사의 발자취를 따라 더듬어간다. 2부 ‘르네상스에서 현대까지’는 르네상스와 제국주의의 발전과 함께 세계의 각 종교가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살핀다.

한국 종교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눈에 띈다. 지은이는 “한국 종교사상에서 가장 독창적인 것은 지눌(1158~1210)이 화엄불교와 선불교를 연결한 것이다. 그는 한국 불교에 간화선을 선양했으며, 한국 선불교의 주류 종단인 조계종의 실질적인 창립자로 여겨진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한 그는 “근래 한국 선불교가 자체의 역량으로 다시 대두하여 다른 나라에서도 눈길을 끌기 시작한 하나의 자원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25장 ‘20세기를 돌이켜본다’에서는 새뮤얼 헌팅턴이 말한 ‘문명의 충돌’로서의 종교가 아닌 ‘문명의 화해’로서의 종교를 모색하고 있다. 지은이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어떤 종교도 이유 없이 억압해서는 안된다”며 “종교교육은 이해를 강조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하며, 정부는 서로 다른 세계관들 사이의 대화를 통해 범세계적인 세계관, 즉 ‘지구촌 다원주의’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세계의 종교
니니안 스마트 지음, 윤원철 옮김
4만2천원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4-06-23 오전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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