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하고 꿉꿉한 공기가 이곳저곳 스미는 듯하더니 이내 장마가 시작됐다는 일기예보가 전해졌다. 1년 강수량의 30%가 몰리는 장마철에는 평균습도가 90%에 달해, 습기로 인한 크고 작은 질병과 피해들이 잇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매해 반복되는 습기와의 전쟁이라 할지라도, 몇 가지 예방책과 사후대책만 숙지하고 있어도 큰 어려움 없이 이겨낼 수 있다. 끈끈한 장마철을 보송보송하게 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생활관리=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주방 위생 환경 개선에 관한 연구’를 통해 “젖은 행주는 6시간 뒤 대부분의 균들이 증식을 시작하고 12시간 뒤에는 세균이 100만배 이상 늘어나는 등 세균 번식의 온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습기가 유독 심한 장마철에는 세균박멸을 위한 행주 소독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하루 1회 100도에서 10분 이상 삶거나 전자레인지에 8분 이상 가열해 충분히 살균하도록 한다. 또한 사용한 행주는 깨끗이 세척한 후에 반드시 건조해서 보관하고, 가급적이면 행주보다는 세균 제거력이 높은 키친타월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장마철의 또다른 골칫거리는 바로 악취. 배수구와 변기 악취는 식초와 물을 희석한 액체를 흘려 부어서 제거한다. 냉장고 냄새는 녹차찌꺼기나 태운 식빵을 넣어두면 해결된다. 마른 행주에 에탄올을 묻혀 구석구석 청소하는 것도 세균번식의 억제를 위한 좋은 방법.
사찰의 법당에는 문화재 보호를 위해 소형 제습기와 방충ㆍ방균제를 곳곳에 비치하도록 한다. 볕이 나는 날에는 법당문을 수시로 열어 통풍을 시킨다. 또한 절마당의 배수구가 흙이나 이물질 등으로 막힌 곳이 없나 꼼꼼히 살펴보고 홍수 시에 물이 역류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한다. 비탈진 지반 위에 위치한 사찰의 경우 축대붕괴 등의 안전사고 역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건강관리= 장마철의 습기는 곰팡이와 세균번식을 도와 식중독의 위험을 불러일으킨다. 음식은 안전하다 하더라도 오염된 손을 통해 균이 입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장마철에는 설사 증상을 보이는 장염의 발병 또한 잦다. 설사가 지속되면 몸의 수분과 전해질이 필요이상으로 빠져나가는 탈수현상이 잇따른다. 탈수에는 물 1 리터에 소금 반 차술, 소다 반 차술, 설탕 2 큰 술 정도를 섞어 만든 전해질 용액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과일주스는 증상을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임의로 복용하지 않는다.
장마철에는 세균성 피부염의 발병가능성도 높다. 털이 있는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모낭염이나 상처가 난 후 2차적으로 감염되는 피부질환 등의 세균성 피부염은 습한 환경에서 최적의 번식조건을 갖는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손을 자주 씻는 등 평소 청결상태를 철저히 유지하고 작은 상처라도 반드시 소독하도록 한다.
장마철이나 태풍이 부는 계절에는 류머티즘도 악화되곤 한다. 기압이 낮거나 습도가 높아지면 통증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의 순환에 장애가 생기기 때문이다. 매일 목욕탕에 들어가 관절을 많이 움직여 주는 것이 유일한 예방이자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