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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보수 ‘시스템’ 먼저 보수하라
관청·공사현장 곳곳 부실의 씨앗 투성이
건봉사 능파교 붕괴사고를 계기로 문화재 보수공사의 문제점을 시급히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 불법하도급 횡행, 문화재 보수·감독 전문인력난을 비롯 공사과정에서 문화재 소유 사찰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모순 등은 하루빨리 해결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약 10개월의 능파교 공사기간동안 부실 요인들이 방치된 것은 그러한 구조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재 보수의 근본적인 장애요인은 예산 부족이다. 지정문화재를 대상으로 지원되는 국고보조금의 예를 보면, 2003년에 문화재청에 신청 접수된 1천540건(5천740억) 가운데 65% 수준에 불과한 1천1건(1천805억)만이 국고보조 대상으로 결정됐다. 상당수의 문화재들은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국고보조 대상이 아닌 비지정문화재는 그런 기회조차 없다. 비지정문화재 중에도 훌륭한 것들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고 보면, 비지정문화재라 해서 방치하기보다는 다른 형태의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보조금을 지원받더라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불법하도급의 우려 때문이다. 불법하도급이 이뤄지면 책정된 사업비에 비해 훨씬 적은 금액만이 집행되기 마련이고, 문화재 보수능력이 없는 업체가 시공하게 될 위험성도 있다.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 보수공사 업체 자격 요건을 별도로 두고 문화재청이 업체를 관리하도록 하고 있지만 불법하도급 적발이 쉽지 않아 규제의 취지를 못 살리고 있다. 문화재청의 문화재 수리업자 데이터 관리가 엉성해, 등록 취소된 사업주가 다른 회사를 설립해 새로 등록하더라도 가려내기 어렵다는 점 또한 불법 행위에 대한 규제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연속성이 취약한 사기업보다는 문화재청 산하기관이나 공사를 두어 직접 인력과 사업을 관리하도록 하는 편이 공사 관리나 사후 유지보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공사를 관리·감독하는 인력의 전문성 결여도 부실공사를 낳는 요인이다. 사업 관리·감독은 해당 시·군의 소관인데, 문화재 유형별로 전문 인력이 배치된 곳은 많지 않다. 그렇다보니 다양한 공사를 효과적이고 치밀하게 감독하기는 힘들다.

건봉사 능파교 공사를 감독한 고성군청 관계자가 사고를 방지하지 못한 것도 홍예(虹霓, 무지개 형태를 이루는 부분)의 특성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야별 전문가 배치가 어렵다면, 보수공사 시행 전에 해당 문화재 특성에 대한 집중교육을 시행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성공적인 보수공사를 위해서는 문화재보수 전문인력의 층이 두터워져야 한다. 문화재보존처리 분야를 예로 들면 믿고 일을 맡길 만한 곳이 몇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소수 전문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비용 증가는 물론 업무 폭주로 인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실무경험보다 필기시험이 주가 되는 현행 문화재보수기술자·기능인 자격시험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력 있고 경험이 풍부한 기술자와 기능인 양성 및 확보가 가능한 방향으로의 시험제도 개선과 교육과정 개발은 물론 기능인의 처우를 보장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사찰소장 문화재 보수공사의 기획부터 시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문화재의 법적 소유자인 사찰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도 현행 제도가 갖고 있는 맹점이다. 현고 스님(문화재위원)은 “문화재 개·보수에 종단이나 사찰의 의사를 반영할 수 없는 지금의 제도를 개선해서 사찰과 종단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 보수공사,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할 때다.
박익순 기자 | ufo@buddhapia.com
2004-06-21 오전 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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