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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간 달마의 절지키기 좌충우돌
월정사서 ‘달마야 서울 가자’시사회 '인기'
6월 19일 오후 7시 30분,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 법륜전에서 ‘달마야 서울 가자’(이후 ‘서울 가자’로 줄여 씀)의 시사회가 열렸다. 스텝들의 기술시사회이후 처음으로 필름이 돌아간 것. 마무리 공사 중인 법륜전에서 열린 시사회에는 1천200여명이 폭우를 무릅쓰고 찾아 왔다. 산사의 문을 열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불교의 맛을 보게 하려는 주지 정념 스님의 발원으로 시작된 문화 이벤트가 대중적 호응을 얻은 자리였다. 짙푸른 산자락과 개울물 소리를 배경으로 하는 야외에서의 상영은 무산됐지만 법륜전 안은 필름이 돌아가는 순간부터 폭소와 박수로 요동쳤다.

시사회에 앞서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사찰의 문화적 기능은 무궁무진하다”며 “월정사에서 처음으로 시사회를 갖는 것도 사찰이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육상효 감독과 정진영, 이원종, 이문식 씨 등 주연배우들도 “사찰에서의 시사회는 생각 이상으로 신선하다”며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하며 만든 이 작품이 불자와 국민들에게 사랑받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달마가 서울에 던진 메시지는?

‘달마야 놀자’(이후 ‘놀자’로 줄여 씀)의 청명, 현각, 무봉 스님이 저잣거리로 나와 던진 메시지.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겠지만 그 메시지의 핵심이 ‘상생’이란 것에는 대부분이 공감했다. 서울로 간 달마가 외치는 상생은, 스님들과 조폭의 의기투합 정도가 아니라 물질에 대한 집착으로 인간미를 상실한 모든 사람들에게 절실한 시대의 과제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물질, 구도와 현실, 산사와 저잣거리 등 비교되고 대립되는 모든 것들의 상생 말이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깊은 고민을 하게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허황된 코미디조의 웃음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있을 수 있는 이야기 그럴 만도 한 이야기로 인간의 무대 즉, 서울의 실상을 파헤치고 거기에 인간미와 올바른 깨우침의 자세가 무엇인가를 조용히 일깨울 뿐이다. ‘서울 가자’의 틀은 ‘놀자’에서 많은 부분 그대로 가져 왔다. 그러나 비슷한 틀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전혀 다르다. 상당히 진화된 사건들로 저잣거리의 실상을 드러낸다. 관객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놀자’에 비해 진화된 부분들이다.

진화된 것들의 상징을 눈여겨 보라

우선, 공간적 진화가 눈에 띈다. ‘놀자’는 산사를 주무대로 하지만 ‘서울 가자’는 서울을 무대로 삼는다. 그러다 보니 판이 두 배로 커졌다. 도시로 옮겨진 판에서 만나는 등장인물과 주인공들이 겪는 좌충우돌의 에피소드들은 도시풍이고 우리의 현실에 밀착된다. 세 스님이 여관에서 쫓겨나는 상황이나 지하철에서의 촌티, 조폭들과 본격적인 승부를 펼치는 과정에서 보게 되는 룸싸롱에서의 노래대결과 폭탄주 대결, 로또 당첨이라는 상황설정 등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 이야기다. 공간적 진화를 통해 서울에 온 달마가 다름 아닌 우리들 자신임을 알게 하는 것이다.

핸드폰의 사용도 흥미진진하다. ‘놀자’에서는 핸드폰이 아예 끊겨 외부와 통화가 단절됐었다. 그러나 ‘서울 가자’에서는 묵언하는 대봉 스님(이문식 분)이 절박한 상황에서 사용하는 가장 확실한 의사소통 도구로 그 위력을 발휘한다.(물론 이번에도 어김없이 묵언은 ‘작파’ 하게 돼지만 다시 산사로 돌아가서는 묵언을 알리는 팻말을 서너 배 크게 목에 달고 정진한다.)

이웃종교를 끌어들였다는 점도 진화의 한 부분. 동자승이 대륙개발 직원(조폭)들에게 “절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안 오느냐?”고 묻는 대목은 많은 것을 상징한다.

조폭들도 진화됐다. 전편에서는 처음도 조폭이었고 중간도 조폭이었으며 끝도 조폭이었다. 산사로 피신 온 조폭들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스님들과 마음이 통해 인가다운 것이 뭔가를 배우고 다시 조폭으로 돌아가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당당한 건설회사의 직원임을 강조한다. 명함도 있고 월급도 받는 ‘대륙개발’의 부장 이범식(신현준 분)은 부하직원이 “형님”이라고만 불러도 사정없이 따귀를 후려친다. “형님이라 하지 말랬잖아. 평생 깡패로 살래?”라고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서울 가자’에 나오는 조폭은 이제 인간답게 살아 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진화된 캐릭터다. 그래서 그들도 회장님의 사기극에 끼인 피해자로 전락하고 욕망을 버리기 힘겨워 하는 고통을 겪기도 하는 것이다.

‘달마야 서울 가자’는 도시로 나온 스님들이 빚더미에 올라앉은 절을 지키기 위해 겪는 좌충우돌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오늘의 인간 군상에 ‘상생’이 얼마나 절실한 숙제인가를 보여준다.
임연태 기자 | ytlim@buddhapia.com |
2004-06-21 오후 4: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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