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고판화 전문 박물관이 강원도 원주 명주사에서 문을 열었다.
명주사 주지 선학 스님이 8년간에 걸쳐 모은 한국, 중국, 일본, 티베트 등지의 고판화 2천5백여 점을 소장한 고판화전문박물관(관장 선학)이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20일에 개관식을 가진 것. 박물관이 세워짐으로써 유실되기 쉬운 고판화들이 안전하게 보존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소장품은 주로 목판이 많은데, 조선시대의 <불정심다라니경>을 비롯하여 원·명·청대의 수륙제판, 삼존불경변상도판, 대세지보살판 등 오래 되고 예술성까지 갖춘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다. 소장품 중 하나인 조선시대 <불정심다라니경>의 경우 호림미술관에 소장된 다른 인출본이 보물 제1108호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귀한 것이다.
국립춘천박물관 최응천 관장은 “문화적으로 낙후된 곳에 이처럼 훌륭한 개인 박물관이 세워진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며, 고판화의 가치를 일찍 깨달은 선학 스님의 안목을 높이 평가했다.
선학 스님이 고판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호국원광사(국방부 군법당) 주지 시절 중국 항주의 야시장을 방문했다가 고판화의 매력을 발견한 것이 계기. 동국대 불교미술학과 출신인 스님은 예술적 감각과 열정으로 판화를 수집했다.
스님이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은 ‘중국 오대산 성경전도’다. “인출(印出) 솜씨가 워낙 뛰어난 작품인 데다 자장 율사가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부처님 진신사리를 얻어온 곳이 오대산”이기 때문이다.
평소 자연, 명상, 문화가 있는 사찰을 지향해왔다는 스님은 “박물관 개관을 계기로 명주사에 문화적 요소를 갖춘 셈”이라며 “일반 사회인에 포교할 수 있는 방편을 갖게 됐다”며 기쁨을 피력했다. (033)766-78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