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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모양으로 앉아서 집중하는 거 아니에요?”
명상과 수행의 시대라는 말이 ‘지금-여기’를 수놓고 있지만, 학생들은 정작 명상이 뭔지 모른다. 종교기관을 통해 참선이나 묵상 등을 경험한 아이들은 그나마 흉내라도 낼 줄 알지만, 그렇지 못한 대상에게 명상은 ‘침묵 속에서 견뎌내야 하는 행위’의 의미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명상을 교육에 적극 도입, 명상으로 인성교육을 실천하는 교사가 있다. 서울 봉천동 구암중학교의 김남선(54) 교사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명상아카데미에서 수련과정을 이수한 후 학교 학생들에게 벌써 6년째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 아이들의 마음상태를 읽어내고 그 마음에 행복과 평안을 심어줄 수 있는 방법 가운데 명상만큼 좋은 방편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김 교사는 매 수업 시작 전 5분을 명상에 할애한다. 그의 수업이 시작되면 아이들은 조용히 눈을 감고 앉아 선생님이 읽어주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사회이슈, 날씨나 친구 이야기 등 명상의 주제는 다양하지만 그를 통해 김 교사가 이끌어내려고 하는 내용은 언제나 같다. 바로 ‘성찰’의 문제다. 나와 타인, 그리고 공동체가 살아가는 방식을 낯설게 바라보면서 마음가짐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그가 ‘통일명상반’이라는 특활반 수업을 통해 강조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김 교사는 ‘나를 지켜보는 내가 대상인 나와 진정한 친구가 되고 있는지’ ‘친구를 욕하는 나는 친구의 마음을 자기중심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았는지’ 등을 살피도록 지도한다. ‘내 속에 너무 많은 나’를 찬찬히 관찰할 줄 알고 관계에서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건강한 심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방지축 아이들에게 이 같은 관찰과 수용이 쉬울 리 없다. 몇몇 아이들은 5분 명상 시간에 잠시 ‘꿈명상’에 젖어들기도 하고, 한달에 한 번 맞는 특활반 수업 역시 건성으로 대하기도 한다. 학생들로부터 이 같은 따분함을 덜어내기 위해 그는 동작명상을 고안했다. 명상음악에 몸을 맡기고 몸짓을 자유롭게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그것. 김 교사는 “참나가 활짝 드러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자기를 표현하라”고 이야기할 뿐이지만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동작은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김 교사는 아이들의 욕구와 심리상태를 읽고 그에 관한 처방을 준비한다.
김 교사의 인성지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마음자람(cafe.daum.net/jarammeca)이라는 명상상담 카페를 개설해 교사와 학생 모두를 아우르는 사이버 명상 공간을 꾸렸다. “사회에 나를 법공양으로 회향하겠다”는 그의 발원을 녹인 공간이다. 그는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지 못하듯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교사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인도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 하에 명상을 돕는 글귀, 명상교육의 이론 등 다양한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다. ‘에니어그램(성격유형의 분석을 통한 심리상담법)’ 과정 지도교사 경력, 92년부터 운영한 참교육상담소장 상담 경험 등을 살려 약 2000여명의 회원 가입을 이끌어낸 것 또한 그의 활약이다.
명상교육 이외의 시간에도 진언명상과 호흡명상 등의 생활명상을 놓지 않는다는 김 교사는 “교사와 학생 모두 부처님 마음을 닮아가는 명상을 지속한다면 불국토가 멀지 않을 것”이라며 인성을 다스리는 명상교육의 의미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