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어록 총서’를 펴내고 있는 한국선문화연구원장 성본 스님(동국대 선학과)이 지난해 <육조단경>과 <임제록>에 이어 선어록의 진수로 평가받는 <무문관>의 해설서를 펴냈다. <무문관>은 중국 송대의 무문혜개(1183~1269) 선사가 1천700여 칙(則)의 공안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48개의 공안을 가려 화두 참구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불교 경전은 거의 부처님과 제자들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선어록 역시 일종의 대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해독 불가능한 문자’가 아닌 대화를 통해 가르침을 전달하는 방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어록에서 구체적인 불법의 수행방향과 방법 등을 체득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러한 선어록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생각에 ‘선어록 총서’를 펴내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스님은 <마조어록>과 <황벽어록> 등 30여 권의 선어록 해설서를 펴낼 예정이다. “선어록 해설의 관건은 글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꿰뚫는 안목과 용어해설, 선종의 역사에 대한 이해에 있다”는 스님은 ‘선어록 총서’를 펴내는데 있어 주해(註解)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히 원문을 번역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뜻의 ‘뿌리’까지 밝혀내는 작업을 하기 위해, 스님이 직접 용어와 개념 등을 정리해 놓은 카드 5만장을 토대로 주해를 하고 있다. 또한 책의 원고를 토대로 선문화연구원 회원들과 세 번에 걸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무문관>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해설과 역주를 자세히 읽는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뜻을 헤아릴 수 있다.
“간화선이란 당대 선승들에 의해 이루어진 선문답(대화)을 읽고 일상생활 속에서 불법의 지혜를 체득하는 수행입니다. 법을 토대로 수행하고 공부하는 것이죠.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들은 바는 많은데 이를 체계화하지 못합니다. 구슬은 많은데 꿸 실이 없는 것이죠. 경전은 바로 이 불법의 씨줄과 날줄을 형성하는 것으로, 경전을 읽음으로써 불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바탕을 닦을 수 있습니다.”
스님은 깨달음의 기준은 ‘사람’이 아닌 ‘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을 체득하기 위해 경전을 읽으며 스스로 사유할 때 비로소 참된 깨달음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님은 수행자 스스로 ‘무엇 때문에 수행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한다. 교단의 양적 팽창만이 불법 중흥이 아니라 올바른 불법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불교 본연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한편 한국선문화연구원은 <무문관>을 교재로 6월 19일부터 8월 21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연구원 법당에서 특강을 연다. 참가비 5만원. (02)765-6539
무문관
성본 스님 역주
한국선문화연구원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