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두이봉 계곡의 물 쏟아지는 소리, 나무 한 짐 해 놓고 숨 고르며 부르는 노랫소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서서 듣는 부석사 풍경소리…’. 자동차 경적 소리와 옆 사람 휴대전화 소리, 지하철 안내 방송 소음에 진저리난 사람이라면 마음 한구석에서나마 그리워할 만한 소리들이다.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산사와 자연의 소리를 음반으로 옮긴 명상음반들이 잇달아 출시돼 호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코리아루트의‘고요한 산사에서의 명상’‘공(空)-소리로 떠나는 그곳, 산사’‘봄날의 소리’, 지월 스님의‘천장경’등이다.
이중 두 개의 음반으로 구성된‘고요한 산사에서의 명상’은 산사의 사계와 산사의 하루를 소리로 담아내 주목받고 있다.
첫 번째 음반인‘산사의 사계’에는 영주 부석사의 낙엽밟는 소리, 곡성 도림사 계곡의 물소리, 순천 선암사의 대나무 숲바람 소리, 정선 정암사의 여름 새소리 등이 실려 있다.
또‘산사의 하루’ 편에서는 순천 송광사의 범종 소리와 법고, 도량석 소리를 녹음했다. 역시 두 장의 CD를 발매한‘공’도 장엄한 예불로 유명한 송광사와 해인사, 운문사의 저녁예불 현장을 실황 녹음했다. 여기에 해남 대흥사 석운 스님의 <천수경> 독경과 수덕사의 새벽 종소리, 강진 무위사의 사시예불 소리를 편집해 넣었다.
이들 음반들은 날씨가 더워지면서 더욱더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음반 매장 관계자들은 귀뜸한다. 산사를 소재로 한 명상 음악을 들으면 눈앞에 시원스런 산사의 모습이 펼쳐져 더위와 번뇌까지 한꺼번에 날려 버릴 수 있는 효과가 구매자들을 강하게 유혹하고 있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여기에‘웰빙시대’를 맞아 명상 관련 소재의 음반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라고 설명한다.
실제로‘산사에서의 고요한 명상’은 교보문고 음반매장인 핫트랙스(Hot tracks) 챠트 클래식부분에서 5위(6월 1일 기준)로 성큼 뛰어올랐으며, 출반당시 45위였던‘공’도 최근 17위를 달리고 있다. 불교 소재의 음반으로는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음반 매장의 한 직원은 털어놓는다.
최근 것은 아니지만 티베트의 명상음악가 나왕 케촉이 대나무 피리에 지혜의 선율을 담은 앨범 ‘카루나(Karuna)’도 명상 음반의 인기에 힘입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명상음악가 김정만씨는 “과거 불교 소재의 명상음악이 국악 중심의 선율이나 독경에만 의존하는 등 단조로워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며 “하지만 요즘 출시되는 음반들은 산사의 자연이나 예불 현장 등 다양한 효과음을 편집해 무더운 여름철 시원한 산사의 분위기를 맛보고 싶은 일반인들의 귀를 자극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음반 매장에서 만난 이수곤(32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씨도“종교가 불교가 아니어서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스님들의 독경이나 산사의 효과음을 녹음한 음반을 사서 들었다”며 “직장과 가정일로 스트레스가 쌓일때나 더위에 지쳤을 때 시원한 산사를 소재로 한 명상 음반을 자주 듣게 된다”고 구매 이유를 밝혀 김 씨의 설명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