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의 가르침과 수행일화를 보고 듣는 것은 스스로를 경책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평생을 청빈한 삶을 살며 수행과 중생교화에 앞장섰던 청화 스님(淸華, 1923~2003)의 수행일화를 조명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지난 부처님오신날 방영된 후 불자들이 다시금 스님의 가르침을 구하는 현상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청화 스님은 56년의 법랍 중 40여 년이 넘도록 토굴생활을 하며 바닥에 눕지 않는 장좌불와, 묵언정진, 일일일식(一日一食) 등을 실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60세가 넘어서야 토굴생활을 접은 스님은 1985~95년 곡성 태안사에서 머물며 당시 폐찰이 되어가던 태안사를 중창했으며, 95~99년 미국 삼보사와 금강선원에서 현지의 불자들과 교포불자들에게 불법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2일 전남 곡성 성륜사에서 세납 80세, 법납 56세로 원적에 들기까지 수행자의 귀감이 되었던 청화 스님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두 권의 책이 나왔다. 청화스님문도회가 엮은 <마음, 부처가 사는 나라>와 청화 스님이 원적에 든 곡성 성륜사 및 신도회가 펴낸 <성자의 삶>은 스님의 가르침과 생애를 되짚어보게 해 준다.
우선 <마음, 부처가 사는 나라>는 청화 스님의 법문을 가려 엮은 책이다. ‘부처가 되기 위해 지켜야 할 보살의 계율’과 ‘가장 쉽고 확실하고 보장받은 성불의 길, 염불’, ‘우리 몸에 가장 완전한 보약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행하는 일’ 등 평소 “세상에서 가장 쉽고 바른 공부는 부처님 공부밖에 없다”고 역설했던 스님의 법문 18편이 담겨있다. 성륜사 주지 도일 스님은 “큰스님의 많은 가르침과 말씀 가운데,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을 간추려 묶었다”며 “이 책이 큰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스님에 대한 그리움과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발간의의를 밝혔다.
<성자의 삶>은 청화 스님의 행장과 스님의 수행처 탐방기를 묶은 책이다. 성륜사신도회가 펴낸 이 책은 한 사회문화운동에 주력하고 있는 정진백 씨가 글을 쓰고 김동현사진연구소 김동현 소장이 사진을 찍었다.
1부 ‘진리의 길 성자의 삶’편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청화 스님의 발자취를 쫓는다. 출생에서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스님의 행장을 사진과 함께 담았다. 스님의 편지글과 인터뷰 기사, 법문 등을 곁들였다. 2부 ‘머물되 머무름 없이’에서는 스님의 출가사찰인 백양사 운문암과 지리산 백장암, 월출산 상견성암, 도봉산 광륜사를 비롯해 지난해 열반에 든 성륜사 조선당 등 스님이 수행했던 곳을 찾아간 탐방기를 담고 있다. 수행의 현장에서 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겨 본다.
청화 스님의 유지를 받드는 문도회와 신도회가 이러한 두 권의 책을 펴낸 목적은 “청화 스님은 참 대단한 수행자였어”라는 감탄을 이끌어 내려는 것이 아니라 스님의 가르침을 통해 자신을 추스르고 수행에 매진해 나가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아마도 그것이 청화 스님이 책으로, 사진으로 우리 곁에 다시 온 까닭이 아닐까?
<마음, 부처가 사는 나라>(청화 스님 문도회 엮음, 김형주 사진, 이른아침, 1만2천원)
<성자의 삶>(조계종 성륜사ㆍ성륜사 신도회 엮음, 사회문화원, 3만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