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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지금까지 불교계 출판사들이 펴낸 책은 출판사 당 고작 1~4권 정도. 그나마 초판을 1천여 부 밖에 찍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불교학술서의 경우는 200권도 채 팔리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정식 출판보다는 법보시 책 발간이나 편집대행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교계 출판사들의 화두가 ‘양서 만들기’가 아닌 ‘살아남기’가 된지 오래라는 말을 절감하게 된다.
6월 4일 열린 2004 서울국제도서전은 이러한 불교 출판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행사였다. 도서전에서 불교 서적이라고 해 봐야 일반 출판들이 펴낸 책 몇 권이 전부였다. 불교계 출판사들이 “도서전에 참가해 봐야 인건비도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실상 가지고 나갈 책도 없다”는 이유로 5년째 도서전에 참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매년 도서전에 참여해 온 (사)기독교출판협회는 5개 부스에 500여 종의 책을 전시하고 ‘기독교 도서목록’ 등의 책자나 이벤트를 통해 홍보에 열을 올렸다.
물론 장기 출판 불황이 불교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등록된 출판사의 80~90% 정도가 일년에 단 한 권의 책도 발간하지 못하고 있고, 지난 5년 동안 전국의 서점 60%가 문을 닫았다. 인터넷서점들 또한 구조조정에 들어가거나 책 판매대금 결제를 늦추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대인들의 활자 기피와 영상 선호 분위기에 경제 불황까지 겹친 탓이다.
하지만 불교계 출판사들은 이런 어려움에 더해 불교 출판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그야말로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다. 민족사 윤창화 대표는 오늘날 불교계 출판 현실을 “비전이 전혀 없다”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설명한다.
사실 98년 외환위기 이후 불교는 ‘출판계의 마지막 남은 보루’라 불릴 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다. 2002년 틱낫한 스님의 방한과 더불어 붐이 일기 시작한 해외 고승 법문집과 불교 관련 서적은 그 어느 때 보다 활발히 출간됐다. 지난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해서도 30여 권이 넘는 불교 서적이 선보였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 틱낫한 스님 등 ‘흥행보증수표’로 통하는 책이나 외국의 베스트셀러는 모두 일반 출판사의 차지다. 출간해 봐야 초판도 다 팔리지 않는 불교 전문 서적은 일반 출판사로서는 ‘논외’인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 출판계가 살아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운주사 김시열 과장은 “출판사 스스로 필자 발굴은 물론 독자의 요구와 취향을 제대로 파악한 후 다양한 기획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종단차원의 지원 없이 출판사 자체의 힘으로 최근의 난항을 헤쳐가기는 쉽지 않다. 일반 출판사들과의 ‘무한경쟁’에 내던져지기엔 불교계 출판사들의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기독교출판협회에 소속된 출판사는 160여 곳이 넘고 서점만도 430여 개에 달한다. 반면 불교계 출판사로 이름이 알려진 곳은 10여 군데 남짓. 불교전문서점은 사찰 내 불교용품 판매점에서 구색 갖추기 식으로 책을 판매하는 곳을 포함하더라도 100여 곳 정도에 불과하다. 잘 만들 곳도, 잘 팔 수 있는 공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셈이다.
결국 종단 차원에서 그동안 숱하게 대안으로 제기되어 온 독서캠페인 전개와 교구 본사 중심의 도서관 건립, 경전독후감 공모 등 불교출판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불자들 또한 경전과 각종 불교서적이 ‘깨달음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지도’라는 인식을 가지고 불서읽기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이러한 현실에서 7월 초 열릴 예정인 ‘불교 출판사 대표자 모임(가칭)’이 관심을 끈다. 불교계 출판사들이 한자리에서 당면한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며 고질적인 불교출판의 문제를 풀어나겠다는 것으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