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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지혜
“죽음은 반드시 오지만 죽음의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으니/ 모인 것은 흩어지기 마련이고 모아둔 것은 남김없이 소모되며/ 일어난 것이 가라앉으리니, 태어남의 마지막은 죽음이 되리라/ 우리가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를.”

우리에게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고, 떠올리기조차 싫은 일이다. 하지만 죽음은 엄연히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삶의 마지막 과정. 그렇다면 죽음에 대한 생각을 피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사색을 통해 행복의 계기를 마련하는 편이 현명한 처사일지도 모른다. 새로 나온 달라이 라마의 <달라이 라마, 죽음을 이야기하다>, <달라이 라마, 삶을 이야기하다>, <행복>은 삶과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조건과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 우리의 숙명에서 출발한다.

<…죽음을 이야기하다>는 죽음에 대한 통찰력과 죽음을 맞이하는 지혜를 가르쳐주는 책이다. 제1대 판첸라마의‘중음도의 위험한 곤경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기원문,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된 영웅’이라는 시를 달라이 라마가 설명하고, 제프리 홉킨스가 엮었다. 제프리 홉킨스는 서방의 달라이 라마 권위자다.

달라이 라마는 죽음에 대한 사색이 삶의 태도를 수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삶이 영원하다는 착각이 탐욕과 어리석음의 원인이 되는데, 죽음에 대한 사색이 삶의 무상함을 깨닫게 하여 수행에 더욱 정진토록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바른 자세로 죽음에 임하면 내생에 좋은 삶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죽음, 중음, 환생의 과정에서 어떻게 정신을 차려야하며,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조언해주고 있다.

<…죽음을 이야기하다>가 ‘잘 죽는 법’을 말하고 있다면, ‘잘 사는 법’은 <달라이 라마, 삶을 이야기하다>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진다. 1972년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16일간 이루어진 달라이 라마의 강의를 역시 제프리 홉킨스가 엮은 것이다.

달라이 라마가 말하는 ‘잘 사는 법’이란 계?정?혜 삼학(三學)의 수행을 통해 깨달음에 도달하고, 자비를 실천하며 사는 것이다. 특히 계율에 대한 강조가 유난히 눈에 띄는데, 책의 절반 이상 분량을 계율 설명에 할애하고 있을 정도다. 악업을 금하는 소극적인 개념이 아니라 자비의 실천을 포함하는 적극적 의미의 계율을 달라이 라마는 강조하고 있다. 정치적 권력까지 쥐고 있는 종교지도자로서 달라이 라마가 성(聖)과 속(俗) 어느 한 편에 치우침 없이 수십 년간 자신의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낼 수 있었던 비결은 계율을 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에 있을지도 모른다.

달라이 라마가 설하는 삶과 죽음 이야기의 종착점에는 커다란 가르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불교 수행의 최고의 목표는 다른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며, 다른 이들을 위한 봉사를 가장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깨끗한 몸과 마음의 성취가 필요한 것이다.”

마음 내어 읽은 독자라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달라이 라마에게 완전히 설득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 한 권의 책 <행복>은 인도 델리에 위치한 ‘투시타 대승 명상센터’에서 최근 몇 년 간 이루어진 달라이 라마의 강론과 문답을 모은 것이다.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 법’, ‘마음의 평화를 찾아서’, ‘자기완성으로 가는 길’, ‘깨달음을 향한 마음 닦기’, ‘지혜의 가르침’의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목만 보고 말랑말랑한 에세이를 상상하면 오산이다. 불교의 개념과 교리로써 주제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답을 보면 책의 폭과 깊이가 잘 드러난다.

‘공부하는 학생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나’, ‘선생으로서 아이들에게 사랑과 자비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와 같은 질문부터 인간의 자유의지, 공과 무아의 관계에 관한 질문까지 그 스펙트럼이 꽤 넓다. 부드럽고 좋은 말들로 일관된 명상 에세이에 식상한 독자들이나 불교적 개념을 쉽게 이해하고 싶은 초심자라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달라이 라마, 삶을 이야기하다><달라이 라마, 죽음을 이야기하다>(달라이 라마 지음, 제프리 홉킨스 엮음, 진현종ㆍ이종복 옮김, 각1만원)
<행복>(달라이 라마 지음, 손민규 옮김, 문이당, 8천8백원)

박익순 기자
2004-06-02 오전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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