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총무원이 종도들이 뽑은 대표로부터 종단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를 직접 받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또 이를 통해 중앙종무기관이 강력한 종권을 행사하는 등 종무행정 집행구조를 대폭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스님은 “6월 중순께 열리는 중앙종회에 앞서 종단 산하 19개 시·도교구에서 각각 1명씩 뽑은 종도대표들이 참여하는 회계 및 종정 특별감사를 실시할 방침”이라며 “이번 절차를 거쳐 총무원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불식시키고 종단개혁의 시발점으로 삼겠다”고 최근 밝혔다. 종회의원이 아닌 별도의 종도대표들이 종단 운영실태를 직접 감사하는 것은 불교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감사는 중앙종무기관이 입주할 한국불교전통문화전수회관 불사와 동방대학원대학의 개교를 앞둔 시점에서 종도간 화합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종단내 팽배해 있는 총무원에 대한 불신을 털고 투명한 종무행정을 실현하겠다는 총무원의 강한 의지로 분석된다. 태고종은 조계종 다음으로 규모가 큰 종단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는 역할을 해오지 못했다는 지적을 종단 안팎으로부터 받아왔다. 특히 종단 구성원의 결속력이 약하고 총무원 행정능력이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없이 제기됐었다.
이에 따라 태고종 총무원은 올 하반기부터는 종무행정과 관련해 책임을 다하지 않는 종도와 사찰에 대해서는 종헌·종법에 따라 엄중히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그동안 종단결속력 저해요인으로 꼽혀온 분담금 미납 또는 상습적인 체납에 대해서도 각종 기본권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강력히 취할 방침이다.
이는 제2종단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종단안팎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강력한 종권 행사를 통해 종단의 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운산 스님은 “이제는 사찰과 종도들의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종헌·종법을 엄격히 적용해 나가겠다”며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하는 행태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태고종 총무원은 종단 재정 확충을 위해 공사찰 개념을 도입하는 한편 총무원 직영사찰을 점차 늘려 나가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운영중인 인천 용궁사, 완주 봉서사 등 직영사찰의 재정운용 역량도 키워나갈 계획이다.
운산 스님은 향후 종단운영 방향에 대해 “안정과 화합을 바탕으로 원칙과 상식이 지켜지는 종단 풍토를 조성하고, 부서별 전문행정력 강화, 안정적인 재정운용 등에 맞춰 불사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