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은 지났지만 6월에도 여전히 풍성한 장르의 불교미술 전시를 국내외에서 만날 수 있다.
우선 고려불화를 유화로 재현하는 강록사 씨의 ‘고려불화 초대전’이 6월 20일까지 백담사 만해마을 미술관에서 열린다. ‘만해 한용운 선사 입적 60주년’ 기념으로 마련되는 이번 전시회에서 강씨는 100호 크기(높이 162㎝)의 ‘수월관음’을 비롯해 ‘아미타여래’ ‘아마타삼존’ ‘아미타구존’ ‘지장보살’ 등 30여점의 불화를 선보인다. 특히 머리카락처럼 정교한 ‘사라(그물망으로 된 옷)’를 걸치고 있는 수월관음의 모습은 눈여겨 볼만하다. 실제로 터치가 굵은 유화로 ‘사라’를 그리기 위해 강씨는 제일 가는 서예붓의 털을 모두 면도칼로 자른 다음 3~4 가닥만 남겨서 사용했다.
강록사 화백은 “고려불화의 형태나 화려한 색채 등은 가히 세계적이지만 현재 거의 일본에 건너가 있어 안타까웠다”며 “우리곁에 영원히 두고 싶은 충동에서 고려불화 재현전을 준비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033)462-2304
원응스님(지리산 벽송사 조실)도 6월 6일까지 대구 문화예술회관 2층 전시실에서 ‘<화엄경 >금니(金泥) 사경 展’을 개최한다. 60만자를 금가루로 옮겨 적은 사경 작품은 80권의 병풍형 책자 형태로서 길이로 펼치면 1,300m에 달하는 대작이다. 완성하는데 걸린 시간만도 10년이며, 사용된 금의 양은 4㎏, 붓도 60자루 이상 소진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반야심경>과 <금강경>의 금니사경, 금니 탑다라니, <화엄경>금니부채, 선시와 묵서 등 160여점이 함께 벽에 걸린다. (055)962-5662
불교조각가이자 서양화가인 남용철씨의 두 번째 개인전 ‘삶과 자연 그리고 부처님 조각전’이 6월 8일까지 경인미술관 제 3전시실에서 열린다. 풍경이나 인물을 소재로 한 것은 첫 전시회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전의 중간색 톤을 단계적으로 지향해 가면서 강한 색조와 거친 터치를 통해 내면을 열어보이고 닫힌 구조에서 벗어나 열린 구조로 변신한 것이 주목할 만한 변화다. ‘풍경’ ‘청죽’ ‘만추’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함께 이 전시회에서는 은행나무로 곱게 판 ‘석가모니삼존불’ ‘탑’ ‘미륵보살반가상’ 등 불교조각 작품들도 20여점 선보인다. (02)381-8445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불교를 알리는 전시회가 기획된다. ‘달마도에 담겨진 무념무심의 향기로 참나를 찾는다.’ 김호연 교수(동국대 미술학부)에겐 90년초 뉴욕 교환교수 시절 5개월간 아무 작업도 않고 흰 벽만 바라본 시간이 있었다. 그때 보이지 않는 대상을 ‘무(無)'자 화두에서 간절히 찾으면서 화폭에 옮긴 그림이 바로 먹으로 그린 드로잉 ’달마‘였다. 그때부터 김 교수는 선불교를 처음으로 동양삼국에 전파한 달마대사를 화두로 삼아 다양한 달마도를 그려대기 시작했다. 그 결실이 바로 ‘생활속의 선’을 주제로 한 달마도 전시회다. 신발을 긴 장대에 매달고 가는 달마, 면벽 좌선하는 달마, 이웃집 아저씨처럼 익살스러운 달마 등 각양각색의 달마도 50여점이 전시된다. 6월 12일까지 미국 LA아스토 갤러리. (213)972-0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