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상계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두 사람이 ‘불교’를 계기로 만났다.
한 사람은 일본 융 학파의 선구자이자 동양적 심리학을 주창한 가와이 하야오(77) 문화청 장관. 다른 한 사람은 종교학과 철학을 두루 넘나들며 ‘일본 제일의 인문학자’로 불리는 나카자와 신이치(54) 주오(中央)대 교수다.
지난해 일본 ‘아사히신문’의 기획대담으로 한 자리에 앉은 두 거장은 ‘불교’를 화두로 종교와 철학, 신화, 과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대담을 정리해 내놓은 책의 제목이 곧 대담의 결론이기도 한 <불교가 좋다>이다.
하지만 대담집이라고 해서 ‘그들만의 언어’나 ‘그들만의 개념’이 난무하는 것은 아니다. 대담은 팔순에 가까운 가와이 장관이 ‘학생’이 되어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 ‘교사’인 나카자와 교수가 쉬운 말로 불교의 개념과 이론을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종교와 철학, 신화와 과학, 문명과 야생이라는 방대한 주제에 대한 나카자와 교수의 명쾌한 해설을 듣고 가와이 장관은 “불교의 본질에 대해 이 정도로 알기 쉽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감탄했을 정도다. 대담 분위기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대화체 문장도 한결 책을 쉽게 읽히게 한다.
두 사람은 각자의 영역에서 진단한 현대사회의 문제점 그리고 그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21세기의 사상적 대안으로 ‘불교’를 제시한다. 나카자와 교수는 불교의 가장 큰 특징으로 ‘대칭성’을 들며, 오늘날 이 ‘대칭성의 회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싯다르타가 열반에 들었을 때 제자들보다 많은 수의 동물들이 찾아와서 슬퍼하죠. 불교에서는 항상 이런 대칭관계가 전면에 나옵니다. 역사적으로 종교는 인간과 신 사이에 어떻게 하면 엄청난 비대칭의 관계를 형성할 것인지에 전력을 쏟아왔는데, 오로지 불교만이 대규모의 종교이면서도 대칭적 관계를 중시해왔죠. 물론 유대교나 이슬람교, 크리스트교도 신 앞에서 인간의 평등을 말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신과 인간 사이의 엄청난 비대칭을 전제로 한 평등인 셈입니다.”
일신교의 비대칭성이 그동안 과학 발전 등의 성과를 낳기도 했지만 많은 부작용, 곧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파생시키는 원인이 되었기 때문에 불교의 대칭성을 회복시키는 것이 그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카자와 교수는 “일신교의 경우 윤회를 탈출해 모든 신의 세계를 초월한 존재를 만들고 그 존재 자체에 신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인류의 첫 번째 형이상학 혁명입니다. 그 뒤 탄생한 과학이 두 번째 형이상학 혁명이라면, 그 다음 세 번째 형이상학 혁명에 가장 가까운 것은 바로 불교일 것입니다. 불교는 근대과학과 일신교, 이 둘의 한계를 초월하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두 사람은 불교와 심층심리학, 종교의 여성원리, 불교적 행복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대칭성의 회복을 통한 내면으로의 회귀’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심각한 사회문제들이 대두된 일본에만 유효한 결론은 아닐 것이다. 바로 눈앞의 목표물만 좇다가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시점에 놓인 인류 모두에게 던지는 제언이라 할 수 있다.
불교가 좋다
가와이 하야오ㆍ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동아시아
1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