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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의료원에 ‘어린이방’ 개원한 보살들
3년전 문 닫은 놀이방, 지난달 재개원
경희의료원 ‘꽃놀이 방’ 자원봉사자 김희자 씨의 ‘인형 놀이’에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유승이, 힘자랑 그만해요.”
“싫어요!”

꿍꽝꿍꽝. 트럭 장난감이 내동댕이쳐진다. 이것도 모자라 이 구석 저 구석을 뛰어다니며, 온 방을 종횡무진 누빈다. 입원 후 3일내내 링걸 주사를 달고 지냈던 유승이(7). 해방감에 물 만난 물고기가 됐다. 조심하라는 엄마의 잔소리도 이미 소용이 없다.

5월 20일 서울 경희의료원 ‘꽃놀이 방’. 아침밥 수저 놓기 무섭게 12층 소아과 병동 ‘장난꾸러기들’이 이곳으로 달려왔다. 새침때기 다희(5), 색종이 접기 박사 승호(6), 블록 쌓기 대장 민수(7)까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엄마들의 수다도 시작된다. 아이들의 병이 얼마나 낫는지 묻는 것은 기본, 육아교육 문제, 심지어 남편과 시어머니 흉보기에 이르기까지 놀이방은 어느새 엄마들의 사랑방이 된다.

“아이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말수가 적어 졌어요. 짜증도 부쩍 늘었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럴 때는 아무 말 없이 꼭 껴안아 주세요. 아이가 엄마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자원봉사자 이남숙 씨(52ㆍ희명화)의 조언에 유승이 엄마 허금숙(37) 씨가 고개를 끄덕인다. 베테랑 엄마가 전수하는 육아교육 비법에 ‘젊은 엄마’들의 귀가 쫑긋 선다.

지난달 개원한 ‘꽃놀이 방’. 3년 전 문 닫았던 이곳을 자칭 ‘우주법계사’ 보살 7명이 의기투합해서 다시 열었다. 다니는 사찰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봉사’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열흘 넘게 동화책에 잔뜩 쌓인 먼지를 일일이 털어냈고, 장난감도 깨끗이 닦았다. 또 순번도 정해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놀이방을 지켰다. 오직 아이들에게 편안한 쉼터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였다.

“아이들과 보호자들이 잠시라도 이곳에서 쉬었다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늘 있었죠. 늦게나마 이렇게 놀이방이 열게 돼 요즘은 봉사하는 즐거움에 산답니다.”

환히 웃고 있는 다희(왼쪽)와 유승이(오른쪽).
최근 아이들에게 인형극 보여주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다는 김희자 씨(50ㆍ법진화)가 웃음을 내어보인다.

하지만 ‘꽃놀이 방’ 봉사자들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실 있는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비디오, 피아노 등과 같은 기본적인 교육기자재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놀이방 운영비도 전적으로 봉사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다보니, 아이들의 간식거리 준비에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부족하지만, 앞으로 아이들이 답답한 병원 생활에서 잠시 동안이라도 즐겁게 웃다가 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해요. 프로그램들이 알차게 꾸려질 수 있게 불자님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려요.”

우주법계사 보살들은 이를 위해 야무진 서원을 세웠다. 이남숙 씨는 지난해 불교레크리에이션에서 교육 받은 마술을 응용해 ‘어린이 마술쇼’를 열 생각이고, 김희자 씨는 중앙승가대 부설 보육교사대학에서 배운 구연동화를 선보일 계획이다. 016-265-6258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
2004-05-21 오전 1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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