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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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장 스님, 부처님오신날 봉축사 발표
불기 2548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봉축위원장인 법장(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이 봉축사를 발표했다.

법장 스님은 봉축사에서 “지금 우리사회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온 국민이 고통 받고 있을 뿐 아니라 같은 민족의 구성원인 북한주민들은 용천역 폭발사고로 인해 우리와 국제사회를 향해 훨씬 많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며 “상생과 화합도 구호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우리 사회 전반에서 추진되고 있는 변화와 개혁의 흐름 속에서 자의든 타의든 그 대상이 되어버린 사람들까지도 포용하고 함께 갈 수 있는 사회적 아량이 필요하다”며 “그런 넉넉한 마음의 자세야말로 바로 동체대비의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일이요, 서로 상생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봉축사

오늘은 불기 2548년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에 부처님께서는 우리 곁에 오셨습니다. 무우수 꽃향기는 부처님의 탄생을 축복했고 갠지스강의 빛나는 햇살은 부처님께서 사바세계에 오신 원력을 찬탄했습니다. 복덕과 지혜를 이미 구족하신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우리 곁에 오신 것입니다.

부처님은 인간의 역사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분이십니다. 그것은 부처님께서 원력을 가지고 사바세계에 오셨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 스스로 오신 것은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벗어나지 못하는 중생에 대한 가없는 연민 때문이었습니다.

2천만 불자 여러분!
부처님은 탄생게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삼계는 모두 고통이니 내가 마땅히 안락케 하리라.” 부처님께서는 이 말씀을 일생을 두고 실천하셨습니다. 부처님의 생은 단 한시도 당신의 원력을 벗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목숨을 건 구법행각이나 깨달음 이후의 전법 역시 구세대비의 원력의 실천이었습니다.

부처님의 삶을 들여다보면 자비와 사랑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기 헌신과 자기 부정 없이 자비와 사랑의 실천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원력을 지닌 삶은 아름답습니다. 부처님 대비대원의 현신은 삼계의 중생들을 모두 안락케 하리라는 원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들의 삶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부처님처럼 지극한 원력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돌아보면 우리들의 삶은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처님께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부처의 성품을 지니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생명의 존재인가를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소중한 존재의 참 모습을 보지 못하고 너무도 쉽게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너무도 빈번히 인간이 인간을 해하고, 아무런 자책도 없이 자연을 파괴합니다. 생명이 경시되고 생명의 존귀함에 눈뜨지 못한 삶은 불행을 의미할 뿐입니다.

지구촌의 불자 여러분!
오늘도 이라크에서는 전쟁의 고통 속에 대량의 인명 살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은 단지 이역만리 이라크만의 고통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고통입니다.

우리 불자에게는 너와 내가 없습니다. 너와 나의 것이 또한 없습니다. 서로 함께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여 동체대비의 하나 된 세계를 열어가야만 합니다.

이제 우리는 부처님의 제자로서 세계의 평화와 우리들 삶의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길은 본래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걸어감으로써 큰 길이 생기는 것입니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찾아 나설 때 지구촌 평화의 길은 열리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2천만 불자와 국민 여러분!
오늘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크게 열린 마음의 등을 켭시다. 그 연등이 우리들의 무명을 지우고 지혜를 밝히는 등불이기를 발원합시다. 우리는 그 동안 너무 많이 미워하고 증오해왔습니다. 남과 북이 그래왔고, 동과 서가 또한 그래 왔습니다. 이제는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 나눔과 상생의 가르침을 실천하여 더 이상의 갈등과 반목이 없는 화합의 삶을 가꾸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또한, 자연환경의 피폐를 가져온 인간 중심의 행태에 대해서도 철저히 반성해야 합니다. 인간 중심의 이기적인 세계관은 자연의 파괴를 가져왔음은 물론 인간 정신마저도 황폐하게 만들었습니다. 갈수록 심화되는 생명 경시풍조는 피폐된 인간정신의 단면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행복한 미래는 모든 생명이 존중되는 생명평화에 눈뜰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합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온 국민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민족의 구성원인 북한주민들은 룡천역 폭발사고로 인해 우리와 국제사회를 향해 훨씬 많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반 문제를 해결해나갈 시점에서 근래 우리 정치권에서 화합과 상생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생과 화합도 구호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실천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우리 사회 전반에서 추진되고 있는 변화와 개혁의 흐름 속에서 자의든 타의든 그 대상이 되어버린 사람들까지도 포용하고 함께 갈 수 있는 사회적 아량이 필요합니다. 그런 넉넉한 마음의 자세야말로 바로 동체대비의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일이요, 서로 상생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될 것입니다.

온 인류에게 기쁨의 날이자 희망의 날인 오늘 부처님 오신 날이 이렇듯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상생과 나눔의 실천으로 모두가 진정한 해탈의 기쁨을 맛보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불기 2548년 부처님 오신날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장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법 장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
남동우 기자 | dwnam@buddhapia.com
2004-05-20 오전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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