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의선사>(곽의진 지음, 동아일보사, 9천8백원)
<역사 속의 우리 다인>(천병식 지음, 이른아침, 1만5천원)
<다불>(정찬주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8천5백원)
남도에서는 햇차 수확이 한창인 요즘, 서점가에도 차 향기 가득 담은 책들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5월 25일 차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 차 문화의 명맥을 이어온 차인을 기리는 책 3권을 소개한다.
소설가 정찬주 씨가 쓴 <다불>은 신라 왕자로 태어나 중국 구화산(九華山)에서 정진하고, 지장왕보살로 추앙받고 있는 김교각(金喬覺, 696∼794) 스님의 일생을 소설로 옮긴 것이다.
등신불(等身佛)로 잘 알려져 있는 김교각 스님은 특히 차(茶)를 사랑해 신라에서 금지차(金地茶)씨를 갖고 중국으로 건너가 차를 퍼뜨리며 차로 정진, 선다일여(禪茶一如)로 부처가 된 다불(茶佛)로도 유명하다. 김교각 스님은 세납 99살, 구화산에 들어온 지 75년 만에 법상 위에서 입적했는데 3년이 지나도록 법체가 썩지 않자 문도들이 탑을 세워 그곳에 육신불로 안장했고 그 탑의 이름이 육신보전이라 했다.
소설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차 연구가인 임 박사가 대원사 주지 고현 스님과 함께 중국 구화산으로 김교각 스님의 자취를 찾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임 박사는 스님의 행적을 뒤쫓으며 우리 차가 김교각 스님에 의해 중국에 전래돼 그곳의 명차가 된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또한 스님의 본명으로 알려진 ‘교각’은 중국에서 ‘대각(大覺)’을 뜻하는 의미로 붙여진 것이므로 ‘지장 스님’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자료를 꼼꼼하게 검토해 스님의 진리를 찾고자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았던 스님의 생애와 치열한 열정을 그리고 있다.
<역사속의 우리 다인>은 지난해 타계한 故 천병식 교수가 신라시대의 명문장가 고운 최치원을 비롯해 우리 차문화의 중흥조인 초의 선사, 현대 차문화 이론을 정립시킨 효당 최범술에 이르기까지 우리 차문화의 터전을 일군 다인 20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차학회 회장을 역임한 천 교수는 차와 관련된 역사인물들의 멋과 풍류가 어우러진 차생활을 정갈한 필치로 전한다.
책에 담긴 차인들의 생애를 읽다보면 우리 민족의 차생활 흐름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왕실이나 사원을 중심으로 차문화가 발달하여, 다법(茶法)도 정립되었고 차를 마시며 멋과 풍류를 즐기는 다인들도 많아졌다. 청평거사라 불렸던 고려시대의 문인 이자현(1061~1125)은 임금에게 차와 탕관을 하사받았고, 유불도의 삼교가 하나로 이어진다는 ‘삼교일리(三敎一理)’를 주장했던 문인 원천석(1330~?)은 고향의 치악산에 은거하며 차와 더불어 생활했다. 고려 말 고승 나옹 혜근선사(1320~1376)는 도(道)를 묻는 수행자에게 “차나 한 잔 마시고 가라”는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숭유억불(崇儒抑佛)을 내세운 조선이 들어서면서 차문화도 점점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나 일부 사찰이나 사대부 집안에서는 차문화가 끊이지 않고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다. 율곡 이이와 사계 김장생 등은 제례에 차를 올리도록 권장했으며, 한재 이목(1471~1498)은 <다부(茶賦)>를 지어 남기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 우리의 차문화는 중흥기를 맞게 되는데, 그 중심에는 초의선사와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가 있었다. 그들이 사상과 문학과 예술을 논하는 자리에는 항상 차가 있었고, 직접 차를 만들어 주고받기도 했다. 차를 통해 교유하고, 그들의 교유를 통해 우리의 차문화는 더욱 깊어진 것이다.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우리 차문화는 암흑기를 맞는다. 커피와 일본식 차문화가 들어오면서 우리의 전통 차문화는 그 존재 자체가 잊혀져 가는 듯 했다. 하지만 해방 이후 효당 최범술과 의재 허백련을 중심으로 다시금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우리 차문화는 1970년대 ‘우리것 찾기’ 운동의 일환으로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 차문화의 중흥조라 불리는 초의선사(草衣禪師, 1786~1866)의 생애와 사상은 소설가 곽의진 씨가 지은 평전 <초의선사>에서 더욱 자세히 살필 수 있다. 지은이는 진도와 강진, 해남 등 전국 각지를 초의선사의 행적을 따라가면 조선후기의 선승으로 차(茶)문화를 널리 보급한 초의 선사의 생애를 펼쳐 보인다.
스님의 출가에서부터 대둔사에 머물며 ‘초의’란 법명을 받게 된 사연, 다산 정양용과 추사 김정희와의 교유 등을 그리고 있다. 또한 초의 선사가 남긴 시와 그림을 통해 스님의 사상을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