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된 유형문화재 보존 정책 위주로 구성된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비지정문화재와 새로운 유형의 문화재 보존에 허점을 보여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뿐만 아니라 1982년 전문이 개정된 이후에도 13차례의 부분개정이 누적돼 일선공무원과 일반인이 문화재보호법을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법제가 복잡해졌다.
한국법제연구소가 주관해 5월 10일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문화재보호법제 개선을 위한 공청회’는 이 같은 최근의 요구를 반영해 문화재보호법 개정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공청회에서 문화재청의 의뢰로 ‘문화재보호법제 정비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이준우(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문화재보호법을 기본법과 개별 법률로 나누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문화재에 대한 인식 수준이 80년대에 비해 질적으로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법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단일법 내에서 모든 종류의 문화재에 대한 법령을 다루고 있는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전체 조문 수가 너무 많고, 전문성이 떨어져 개별 법률로 나눌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기본법에서는 장기적인 문화재 정책 방향을, 개별 법률에서는 유형별 문화재에 적합한 규정을 담아야 한다”며 구체적인 정비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이 연구위원은 기본법에서 △국가적 이념에 입각한 문화재 개념 △비지정문화재와 잠재적 문화재를 포함한 문화재 범위설정 △문화재 실태조사와 정보화사업의 제도화 △도난문화재 환수 등에 대비한 문화재 목록 확보 △점(點)에서 면(面), 면에서 입체로의 문화재 보존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문화재 정책의 기본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선데이 서울’의 문화재 지정이 추진되는 등 문화유산에 대한 개념이 변하고, 세계적으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최근 현상을 반영한 결과다.
개별 법률의 경우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매장문화재 등으로 구분해 문화재의 유형과 업무에 따라 독립 법률로 구분했다. 이 연구위원은 “유형문화재 법률에서는 건조물, 동산, 사적 등으로 장을 구분해 전문화된 법률을 제정하고, 과학적인 분류 기준을 확립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매장문화재의 경우에는 개발과 보존의 조화점을 찾는 전문화된 법률을 수립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공청회에 참여한 일부 불교문화재 전문가는 개별 법률로의 분법이 꼭 필요한가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불교문화재는 전각이라는 ‘건조물문화재’ 속에 불상 등의 ‘동산문화재’가 놓여있고, 사찰 전체는 ‘사적’으로 지정돼 있는 경우도 있어, 결국은 개별법률 각각에 대한 모든 법리해석을 필요로 하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또 분법할 경우 개별 법률에 대한 시행령 등의 수가 더 늘어나, ‘일선 공무원과 일반인의 이해를 돕고자 하는’ 기본 취지에도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