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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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선원 국제학술대회 '한국 비구니'
한국 비구니를 주제로 한 최초의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5월 20일부터 22일까지 안양 한마음선원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의 불교전통에서 본 한국 비구니의 삶과 수행’에 대한 국제학술대회(대회장 혜원)는 한국 비구니 승단의 역사적 의의와 활약상을 집중 조명, 한국 비구니 승단에 대한 연구결과를 한 자리에 모은 첫 번째 자리라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한국 불교사에서 여성의 역할과 활동’ ‘제도의 변화와 여성 승가의 성립’ ‘동아시아의 종교 수행에 있어서 법맥과 전통’ ‘여성의 신앙과 영성에 대한 여성주의적 접근’ ‘창조적 종교 표현과 새로운 가르침의 탄생’을 주제로 사흘간 모두 24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특히 비구니에 대한 시대별 인식 차이와 ‘팔경법’에 대한 새로운 해석, 이번 학술대회를 주관한 한마음선원 선원장 대행 스님의 수행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논문들이 발표돼 학술대회의 면면이 흥미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선시대에 비해 고려시대 여성의 지위가 훨씬 높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다. ‘고려시대 비구니의 활동과 진각국사 혜심의 여성성불론’(이화여대 사학과 김영미 교수), ‘고려 왕실의 여인들과 불교’(서울대 국사학과 최병헌 교수)와 ‘침묵하는 주변적 존재로서의 조선시대 비구니들’(호주 그리피스 대학 언어학과 존 죠르겐센 교수)은 이 같은 사회상이 불교계에도 반영됐음을 보여준다.

김영미 교수는 고려시대 선사들이 여성의 수행을 적극적으로 권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혜심, 나옹, 보우 등 고려 후기 선사들의 비문에는 비구니 항목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선사들의 문하에서 하안거에 참여해 수행하는 비구니들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현상은 통일신라와 고려 전기에 비해 선사들의 여성관이 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데, 김 교수는 "혜심 문하의 비구니들은 수선사 안거에 참여한 후 혜심에게서 화두를 받았고, 나옹은 새로 비구니가 된 묘령, 묘연 등에게 모든 번뇌를 끊고 깨달음의 길을 추구하라고 권했다"라고 덧붙였다.

고려시대에는 여성재가불자들의 활동도 두드러졌는데, 최병헌 교수는 대각국사 의천의 친모인 인예 왕후를 그 예로 들었다. 고려 당시 최고 문벌 집안의 딸이었던 인예 왕후는 친정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의천이 천태종을 창립하는데 큰 힘을 쓴 장본인. 최 교수는 논문에서 천태종 창립을 통한 불교계의 개편과정에서 인예 왕후라는 여성불자의 역할을 통해 당시 여성불자의 위상을 살폈다.

그러나 유교 사회인 조선시대에 비구니들은 '침묵하는 주변적 존재'로 남아 있었다. 존 죠르겐센 교수는 "근본주의적인 유교사회에서 불교성직자라는 위치, 가부장적 유교 질서와 여성혐오적이고 남성우월적인 불교의 위계질서 그리고 한문에 대한 소양 부족이 그 세가지 이유"라고 주장한다. 조선시대 비구니의 삶은 매우 단편적인 기록만이 남아 있을 뿐인데, 비구니들이 한문을 쓰지 않았고 한문을 쓰던 남성들도 비난을 두려워해 비구니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아 비구니들이 주변화되고 결국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편 딩후아 셰(미국 트루만 주립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동아시아 대승불교의 팔경법 : 중국 비구니 승단을 중심으로'에서 팔경법에 근거한 비구-비구니 승단의 분리는 비구니 승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딩후아 셰 교수는 "이러한 구분은 비구니들이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 이들에게 힘을 실어줬으며, 비구니 승단 내에서는 결국 팔경법이 무효화되었다"며 "가장 중요한 점은 비구니들이 자신의 제자에게 비구승의 참여없이 수계를 할 수 있어 비구니 법통도 유지했다"라는 근거를 들었다.

또 딩후아 셰 교수는 중국과 한국에서 비구니 법통이 살아 있는 것은 "이곳 비구니들의 노력에 힘입은바 크다"라며 "팔경법에 대한 동아시아 비구니들의 관점을 연구하는 것은 가부장적인 사원 구조속에서 여성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당시 동아시아 비구니 승가를 태동시킨 제도적 기초를 밝히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또 하나 두드러진 발표 주제는 한마음선원 대행 스님의 수행관이다. ‘대행 스님의 수행관에 대하여’(한마음선원 혜선 스님)와 ‘대행 스님의 함이 없이 한다’(한마음선원 청고 스님), ‘한마음과학 : 대행 스님의 과학관’(서울대 재료공학부 박종래 교수), ‘우주적 카리스마와 부처의 태 : 대행 스님의 주인공 사상의 전개’(서울대 종교학과 대학원 마르시 미들브룩스)는 대행 스님의 수행관과 과학관 등을 연구한 결과를 담고 있다.

이외에도 해외 학자들은 중국과 대만 불교사에 나타난 비구니 승단에 대한 논문도 발표해, 중국의 법맥·역사별 비구니의 역할과 대만 불교 비구니 승단의 교육 현황도 엿볼 수 있다. 문의 (031)470-3173

○ 학술대회 일정

기조강연
바바라 루쉬(콜롬비아 대학교) - '마음도 하나, 젠더도 하나 : 불교의 역사에 남은 여성의 발자취’

<패널 1> 한국 불교사에서 여성의 역할과 성취 (5월 20일)
김영태(동국대 명예교수) - 신라의 비구니 승직 도유니랑
최병헌(서울대 교수) - 고려 왕실의 여인들과 불교 : 인예 왕후와 천태종 설립을 중심으로
김영미(이화여대 교수) - 고려시대 비구니의 활동과 진각국사 혜심의 여성 성불론
토니노 푸지오니(서울대 국사학과 대학원) - 원나라 거주 고려 여인들의 불교 활동에 대하여
죤 조르겐센(호주 그리피스대 교수) - 침묵하는 주변적 존재로서의 조선시대 비구니들
혜선 스님(동국대 박사과정) - 대행 스님의 수행관에 대하여

<패널 2> 제도의 변화와 한국 비구니 승가의 설립 (5월 21일)
혜원 스님(동국대 교수) - 한국 비구니의 수행 체제와 선원 청규에 대한 고찰
포리 박(아리조나 주립대 교수) - 현대 한국 비구니사찰의 설립에 대한 고찰
박진영(아메리칸대 교수) - 김일엽 : 한국 불교와 근대성의 또 하나의 만남
청고 스님(동국대 대학원) - 대행 스님의 함이 없는 도리

<패널 3> 동아시아에서 여성 종교 수행의 법맥과 전통 (5월 21일)
미리암 레버링(테네시대 교수) - 중국 불교사의 비구니에 관하여
리비아 콘(보스턴대 교수) - 중국 당나라의 니승들
딩후아 셰(트루만 주립대 교수) - 동아시아 대승불교의 팔경법 : 중국 비구니 승단을 중심으로
진화 첸(브리티시 콜롬비아대 교수) - 중국 당나라 여승들의 사회정치적 역할에 관한 두 가지 사례 연구 : 은둔을 통한 재등장
베아타 그란트(워싱턴대 교수) - 중국의 원·명·청 시대의 임제계 니승들에 대하여

<패널 4> 창조적 종교 표현과 새로운 가르침의 탄생 (5월 22일)
이향순(조지아대 교수) - 한국문학에 나타나는 비구니 모습에 대하여
박종래(서울대 교수) - 한마음과학 : 대행 스님의 과학관
지여(智如·포모나대 교수) - 지장보살 신앙과 여성 : 중국 당나라와 조선시대의 경우
춘팡 유(러트거스대 교수) - 불법을 대중에게로 : 대만의 불교 교양 교육에 관한 연구

<패널 5> 한국 여성 불자의 불교 신앙에 대한 여성주의적 접근 (5월 22일)
캐서린 류(미시건 주립대 교수) - 여성주의의 ‘예스’ : 김정한의 ‘수라도’에 나타나는 미륵 부인
마르시 미들브룩스(서울대 대학원) - 대행 스님의 주인공 연구 : 탄생과 사상-창조적 역사
헨릭 소렌슨(코펜하겐 불교학세미나) - 한국 비구니의 이미지 속에 나타나는 이상, 전형 그리고 현실
오유진 기자 | e_exist@buddhapia.com
2004-05-14 오전 9:41:00
 
한마디
일반적으로 말한다면,불교학 연구수준이 높은 나라는 일본,대만,중국,한국 등이다.발표자 면면을 보면, 미국 대학 등지에서 재직하고 있는 중국인(대륙및 대만)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은 영어는 잘 하지만 학문적 영향력은 해당 국가의 유명 학자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음므로,차후 국제 학술회의 개최시 참고하시기 바란다.
(2004-05-14 오후 6: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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