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위상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해결되었어야 할 과제, 아니 그런 모습으로 있다는 것 자체가 불교계의 부끄러움이라고 할 수 있었던 문제가 이제야 올바른 모습을 찾아가게 되었다. 중앙신도회와 전국신도회가 하나로 통합하여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로 새롭게 출범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이는 한국불교가 진정한 사부대중의 공동체로 서기 위한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불교는 사부대중의 공동체라고 하지만 한국불교엔 진정한 사부대중이 없다. 그나마 스님들은 승단이라는 공동체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재가자들은 변변한 조직하나 없이 개개인으로서 이 스님 저 스님, 이 절 저 절을 찾아 방황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불교의 현실이 이러하기에 화합된 대중이라는 의미로서의 사부대중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재가 신도들이 진정한 대중의 모습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단순히 재가자의 문제가 아니다. 재가자가 제 역할을 못하는데 출가자만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출가자가 재가자의 역할까지 함으로써 출가자의 본분을 충실하지 못하고 결국 여러 오욕까지 감수하게 마련인 것이다.
이렇게 된 가장 현실적인 원인은 바로 신도들의 조직체계가 바로 서지 못하였고, 통일된 전국적인 신도 조직이 없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한국불교의 대표적 종단인 조계종에 중앙신도회와 전국신도회라는 두 전국 조직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바로 한국 재가불교조직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이제야 제 궤도를 찾아간다는 것에 환호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앞으로 시의에 맞는 활발한 신도운동을 통해 조직과 위상을 강화해 진정한 한국 재가불교의 중심으로 서기를 기대한다.
우선은 이미 종헌 종법상에 규정되어 있는 재가신도의 역할과 위상을 제대로 세우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출가 승단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요건이며, 그 점에서는 출가승단도 재가자를 단순한 교화의 객체로만 보던 기존의 인식을 벗어나 재가자의 역할과 위상을 확실히 부여하는 전향적인 정책을 펴 나가야만 한다는 점도 아울러 강조해 둔다.
성태용(건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