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1970년대에 불교 수행센터와 불자 공동체를 조직하여 운영하기 시작함으로써 불교 신행다운 신행을 보여준 유럽의 첫 번 째 국가이다. 이러한 불교 운동의 시작이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은 1980년대 몇몇 언론사의 기자들에 의해서였다. 프랑스불교연합에 따르면 그 당시 프랑스에서만 15만 명의 사람들이 불교로 개종했다고 하며 15년 후인 1997년의 여론조사는 약 5백 만 명의 프랑스인들이 불교에 대해 깊은 관심과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늘날 프랑스에는 70만 명의 불자와 60개의 불교센터가 존재하여 숫자로 국가의 네 번 째 종교가 되었으며, 불교에 호감과 애정을 가진 프랑스인들도 무려 2백 만 명에 이르고 있다.
프랑스의 학자들과 지식인들이 19세기 이후로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중 하나이다.
불교의 매력은 18세기 볼테르나 몽테스키외와 같은 계몽주의 철학자들에 의해 시작된 동양에 대한 관심이 화제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불교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19세기에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시작되었지만, 산스크리트어로 된 불교 경전을 불어로 번역해 불교를 학문으로 다룰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진 어젠 뷰르누프(1801-1852)와 같은 프랑스인 불교학자들의 연구가 다른 유럽국가들의 불교 발전에 중요한 촉진제 역할을 하였다.
불교의 여러 종파 중에서도 대승불교는 프랑스인들이 불교로 개종한 첫 번째 종파였기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유명한 여성 여행가 알렉산드라 데이빗 닐은 티베트를 여행한 후, 티베트와 티베트 불교의 신비로운 이미지를 소개함으로써 프랑스 내 불교에 대한 깊은 인식을 심어주었다. 선(禪)과 티베트 불교는 항상 프랑스인들의 마음속에 강력한 매력을 가진 종교로 인식된다. 일본 선불교의 다이센 데쉬네루와 베트남 접현종(임제종의 한 유파)의 틱낫한 선사, 티베트 불교의 달라이 라마나 칼라 린포체와 같은 불교 지도자들이 프랑스에 소개되면서 불교의 인기가 한층 더 해지게 되었다. 한국 조계종의 숭산 스님 또한 서양에 살면서 불교를 가르친 최초의 한국인으로, 프랑스 파리에 관음선원을 설립함으로써 불교 전파에 큰 역할을 하셨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선(禪)과 티베트 불교는 프랑스에 소개가 된 지 얼마 안 되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큰 발전과 팽창을 이루고 있다. 오늘날 자신이 불자라고 생각하는 프랑스인들의 80%가 이 두 종파에 속해있다. 1972년 한 작고 허름한 곳에서 시작된 불교센터가 지금은 무려 150개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프랑스인들이 불교에 깊이 빠져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프랑스인들이 현실 세계에 만족하지 못하고 너무나도 엄격하고 교리 중심적인 다른 종교들을 기피하는 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불교는 개개인들에게 깊은 정신적 여유를 주고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루는데 도움을 준다. 인연에 관한 ‘카르마(업)’라는 개념과 윤회사상 또한 죽음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서구사회 속 프랑스인들을 매혹시켰음에 분명하다. 한편 기독교의 한 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잊혀진 명상에 토대를 둔 철학에 향수를 느끼고, 이를 재도입하고자 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주로 중, 상류층에 해당된다. 그들은 주로 기독교나 유태교 또는 무신론에 현혹되었다가 형이상학적이고 초자연적인 삶에 대한 호기심과 그것에 대한 답을 찾고자 불교에 발을 들여놓는다.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프랑스인 불교 신도들에게 있어서 불교가 마음의 평정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해결책 이었음을 알 수 있다.
유럽 내에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쓰는 국가들 모두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깊이 있고 완벽하게 가르치기 위해 1995년 파리에 유럽불교대학(European Buddhist University)이 설립되었다. 이 대학은 2년간의 과정 동안 불자들이 만나서 불교 교리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교환 할 수 있도록 유도해 부처님의 말씀을 심도 있게 교육시킨다. 프랑스에서 새롭게 꽃핀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제 국경을 넘어 유럽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알랭 베르디에(여행가,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