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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참, 안 잔다니까요. 왜 자꾸 그러세요.”
현성(11)이는 인천 제부도 ‘둥지마을 청소년집’ 원장 자월 스님에게 골부터 냈다. 첫 음악회 나들이에 나선 현성이에게는 스님의 말씀이 잔소리처럼 들린 모양이다.
5월 10일 세종문화회관 소극장. 입구는 벌써 아이들로 붐빈다. (사)생명나눔실천본부(이사장 법장ㆍ조계종 총무원장)가 마련한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자선음악회에 ‘둥지마을 청소년집’ 아이들 34명이 초대된 것. 간만에 나선 서울 나들이에다 말로만 듣던 음악회 구경까지, 잔뜩 신들이 나있다. 게다가 음악회 관람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니, 이것저것 물어보는 통에 소극장 로비가 시끌시끌하다.
“자, 천천히 입장하세요.”
매표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이 극장 안으로 쏠려 들어간다. 자리에 앉자마자 연신 ‘쫑알쫑알~’ 극장이 금세 놀이터가 된다. 하지만 철로 연주에 장내는 침묵이 흐른다.
오늘 자선음악회는 국ㆍ내외 정상급 음악가 20여 명이 음악회를 준비했다. 종교는 제각기 다르지만, 좋은 일을 한 번 해보자고 의기투합을 했다. 경희대 음악대학장 황 선 교수를 비롯해 국민대 우지연, 이화여대 김신자, 한양대 김형규 교수 등이 감미로운 ‘음악 잔치상’을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해 차렸다. 또 조계종 총무원과 생명나눔실천본부도 이번 음악회에 큰 힘을 보탰다.
자선음악회를 기획한 황선 교수는 “지난해 생명나눔실천본부 전남지역회에서 받아본 소식지에 실린 소년가장을 보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었다”며 “이번 음악회에 소년소년 가장들이 함께 해준 것만으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드디어 공연 시작. 아이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아예 반응이 없다. 생소한 음악은 그간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신통치 않은 눈치다. 그러나 잠시 후, ‘보리밭’과 ‘그리운 금강산’ 노래가 흘러나오자 이제는 딴판이다. 아는 노래가 끝나면 환호성과 박수갈채를 보낸다. 이것도 모자라 ‘앵콜~앵콜’하며 소리를 지른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1시간 째. 공연이 마무리되자, 아이들의 얼굴에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다. 좀처럼 자리를 뜰 생각도 하지 않는다. 옆에 앉은 민수(12)가 지도교사에게 조용히 한마디를 내뱉는다. “선생님, 내년에도 음악회 또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