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고영배 기자

“달라진 한국불교의 위상을 실감합니다. 8백만 불교인구가 2천만 명으로 늘었고, 스님도 불자도 사찰도 모두 건강하게 성장했습니다.”

올해로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지정 30년을 맞은 용태영 변호사(76ㆍ화세). 5월 10일 서울 종로 그의 법률사무소에 만난 용 변호사는 지난 75년 정부로부터 석가탄신일 공휴권 확인 행정소송에서 승소했을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술회했다.

“당시에는 ‘스님’이란 말도 흔하지 않았습니다. 또 직장불자들은 신상명세서 종교란에 ‘무교’라고 기입했지요. 불자라고 밝히면 신상에 불이익을 받기 십상이었습니다. 왜 그런 줄 아세요? 부처님오신날은 국가 공휴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1600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불교가 푸대접을 받고 있다 생각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국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용 변호사가 73년 서울고법에 제기한 첫 소송은 판결 각하를 받았다. 이유는 이랬다. 기존의 성탄절이 공휴일로 지정됨에 따라, 원고 용 변호사는 어떠한 권리나 법률상 이익을 침해당하지 않다는 것. 그러나 용 변호사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리고 75년 1월 15일, 용 변호사는 정부로부터 부처님오신날 법정공휴일 지정 공포를 이끌어냈다.

“오전 10시였습니다. 지정일 공포 순간, 한량없는 법열을 느꼈습니다. 법정투쟁 기간동안 영ㆍ호남 불자 2천여 명이 상경해 법정에서 응원해준 것, 19개 종단 스님들의 지원 등 순식간에 머리를 스쳐지나갔었습니다. 모든 불자들의 승리였습니다.”

용 변호사는 특히 부처님오신날 지정 30년의 의미를 ‘한국불교 발전에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찾았다. 공휴일 지정은 재가불자 신행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스님들의 위상을 높이는 기폭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부처님오신날은 단순히 노는 날이 아닙니다. 우리 불자들의 생일입니다. 공휴일 지정을 어렵게 얻어낸 만큼, 앞으로 불자들은 물론 모든 국민들의 생일잔치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불자들이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부처님오신 참 뜻을 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