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는 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 백만 원을 호가한다는 보이차와 오룡차, 철관음, 대홍포 등이 시중에서 대량으로 수입·판매되고 있는 등 ‘외국차 열풍’이 거세다. 하지만 이들 제품에 대한 정보는 일부 수입상에 한정되어 있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에 더해 오는 7월 WTO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면 질 낮은 차와 다기가 다량으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해 차인들의 건강이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소비자가 외국차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차 수입상들은 질이 나쁜 차를 ‘40~50년 된 보이차’로 둔갑시켜 수 십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다기도 예외는 아니다. 시중에서 크게 인기를 끌며 2~3만원 선에 판매되고 있는 자사호는 ‘중국 의흥 지방에서 생산되는 자사(紫沙)로 만든 다기’가 아닌 일반 태토에 염료를 섞어 만든 ‘가짜 자사호’일 가능성이 높다. 인사동 차전문매장 ‘훈’의 양경년(50) 대표는 “소성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다구에는 중금속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차를 우려 마실 경우 그대로 체내에 축적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특히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는 오는 7월부터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쿼터 내 40%, 쿼터 초과 500% 이상의 높은 관세율 때문에 수입이 제한되었던 외국의 차가 대량으로 수입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값싼 차가 대량 수입될 경우 연 생산량은 2천 톤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찻값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5~10배 정도 비싼 국내 차시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백 만 명을 헤아리는 차인과 연간 2천억 원에 달하는 우리 차 시장은 외국 차 업계가 넘볼만한 큰 시장임에 틀림없다. 이미 1980년부터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의 차가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고, 일본의 다도 유파들도 국내 차 단체들과 교류함으로써 말차를 우리 차 시장에 알려왔다.
그 중에서도 92년 수교 이후 대량으로 수입되기 시작한 중국차는 차 시장의 60~70%를 잠식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몇 년 사이 인사동에는 수십여 곳의 중국차 전문점이 문을 열었고 인터넷상에서도 외국차 전문 판매사이트가 속속 개설되고 있다.
한서대 차학전공 정인오(42) 주임교수는 “현재 외국차의 수입과 유통은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며 “차시장이 개방되기 전 녹차 대중화 운동과 품종 개발 등 우리 차 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