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르바나와 너바나, 다르마와 달마 등 학자들마다 다르게 사용하던 불교용어가 하나로 통일된다.
한국학술단체연합회(회장 송희성·이하 학단연)는 ‘학술용어정비사업’의 일환으로 2005년 10월까지 철학용어 정비작업을 진행한다. 불교용어의 경우 한국불교학회(회장 이평래)를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이 사업은 초·중·고등학교 교재와 대학교재, 전문영역 등에서 뜻은 같으나 다르게 사용되는 학술 용어를 학자들 간의 의견 조율과정을 거쳐 하나로 통일하는 작업이다. 각 학문별로 연구된 내용을 공유하고, 학자들 간에 의사소통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학술용어에 대한 약속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불교용어의 표준화는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용어와 새로 번역된 용어가 의미는 같으나 서로 다르게 쓰이는 경우와 중국이나 일본식 번역으로 우리말과 어감이 동떨어진 것을 대상으로 한다. 동일한 원어를 서로 다르게 번역해 혼용되는 용어와 적절한 우리말을 찾지 못해 원어발음 그대로 사용되는 언어도 대상에 포함된다.
일례로 학자들마다 다르게 사용하는 팔리어와 빨리어의 경우, 관련 자료를 검색할 때 어느 용어를 검색어로 사용해야할지 혼란을 겪게 된다. 결국은 각각의 단어를 모두 검색해야하는 번거로움을 겪는데, 용어를 표준화하면 이 같은 이중고를 피할 수 있다.
이번에 표준화하는 철학 용어는 1만여 자로 불교학 용어 3천~5천여 자와 동양철학 용어 1천 5백여 자, 서양철학용어 5천여 자가 포함돼 있다. 불교학은 한국불교학회, 유학은 한국공자학회, 서양고대철학은 한국서양고전학회에서 주도하며, 철학 각 분야별로 12개 학회가 표준화사업에 참여한다.
불교학 용어 정비는 5월 14일 열릴 제1차 연구위원회의에서 표준화할 불교학용어 선정과 작업 방법에 대한 논의로 시작된다. 이날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바탕으로 각 분야 학자들이 불교학 용어를 표준화하고, 7월초 열리는 워크숍에서 학자들 사이의 이견을 수렴해 8월 중순까지 ‘불교학표준용어집’ 초안을 작성하게 된다.
이번 사업의 관건은 학자들 간의 의견조율과 예산 문제 해결에 있다. 일부 학자들은 그동안 사용해 오던 용어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단연 회의에 참석했던 김용표(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는 “불교학자들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과정을 거쳐 각자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단연이 학술진흥재단에서 받은 예산이 2천 6백만원에 불과해, 각 분야별로 배정된 예산은 회의 진행비용 20만원뿐이다. 이에 대해 이평래 교수는 “철학용어 표준화사업에서 불교학만이 빠져 학술논문 작성 등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는 없다”며 “이는 불교학 발전을 위한 작업인 만큼 불교계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불교용어표준화 연구위원회에서는 종단협 등에 공식적인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